청와대와 정부가 대대적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내년에 40%를 돌파하고 2022년엔 45%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정부 내에서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중기 재정 정책상 2022~2023년쯤엔 국가채무비율이 45%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비교해 높은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과감한 재정 확장 정책' 주문에 국가채무비율을 40%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홍 부총리의 워크숍 발언대로면 2022년 국가채무는 당초 계획치인 897조원이 아니라 971조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이날 워크숍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중·장기적으로 증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말한 2022년 국가채무비율 45%는 지난해 기재부가 '2018 ~2022년 재정운용계획'에서 내놓은 전망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계획에서 기재부는 작년 680조7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가 2022년에는 897조8000억원, GDP 대비 비율은 41.6%가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채무비율을 3.4%포인트 높이겠다는 것은 나랏빚을 당초 계획보다 70조원 이상 늘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목 GDP가 재정운용계획대로 유지되고 국가채무비율이 45%가 되면 2022년 국가채무는 971조원까지 늘게 된다.
국가채무를 이렇게 빠르게 늘리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국가채무비율이 전년 대비 3.2%포인트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은 연평균 0.8%씩 완만하게 증가해 왔다. 2022년 국가채무비율이 45%가 된다는 것은 올해부터 그 두 배인 1.7%씩 채무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 부총리 발언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여당 비공개 회의에서 한 발언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기 어렵다"며 "다만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정을 전제로 이야기한 것이고, 2019~2023년 중기재정계획을 수정할지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현 정부의 '경제 2년 성과'에 대해 "임금 근로자 연간 근로시간 감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저소득층 교육 급여 확대, 기초연금 조기 인상 등으로 노동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그러면서 "이러한 성과에도 우리가 처한 글로벌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제 활력이 둔화했다"고 했다. 경제 위기 원인을 대외 요소에서 찾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워크숍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며 경제정책 기조의 수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각종 경제 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도 현 정부의 대대적 재정 확대, 소득 주도 성장 정책 등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옹호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세론이 다시 제기됐다. 홍 부총리에 이어 발제를 맡은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발제문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적절했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며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은 흔들림 없이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단기적으로는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 상태를 활용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펴고, 중·장기적으로는 불평등한 분배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바람직한 경제 운용 방향"의 하나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위한 "중·장기적 증세 방안 마련"을 제시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경제정책 대응 방향 수립 등을 위해 설립한 헌법 기관으로 대통령이 의장이다. 연세대 명예교수인 이 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였던 '국민성장'에 참여했었다. 이 부의장은 지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사회노동위원회·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이 부의장은 복지 확대를 위한 조세 부담 강화와 관련해 불로소득 과세 강화, 실효 법인세 인상, 주가 차익 과세 강화 등을 제안했다. 여권에서 증세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법인세 및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증세론에 대해 기재부는 "재정 수요와 세수 여건을 감안할 필요가 있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공시가격 인상으로 이미 실질적인 조세 부담이 늘어나 국민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그렇게 쉽게 증세론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정부가 증세를 원한다면 그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