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2017년 국내 기업의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이경재(35)씨는 당시 베트남 주택을 사뒀으면 돈을 꽤 벌었겠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 해외투자자가 몰리며 개발 붐이 일면서 부동산 값도 많이 올랐단 얘기를 수시로 듣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베트남 부동산에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호찌민과 수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국내 투자자의 베트남 주택 구매를 돕는 컨설팅 업체까지 여럿 등장했다.

베트남 호찌민 2구역에 공급되는 고가 콘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건 베트남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인구는 현재 9600만명인데, 앞으로 1억2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밀도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높고, 도시화율은 1999년 21.7%에서 2017년 35.7%로 매년 평균 0.8% 높아지고 있다. 주택 수요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실제로 해외 투자도 부동산 시장에 쏠리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약 6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전년보다 116.6% 늘었다. 부동산은 제조업에 이어 외국인 투자유치 분야 2위를 차지했고, 투자 유치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돈이 쏟아지다 보니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컨설팅업체인 존스랑라살르(JLL)는 2016년에서 2018년까지 베트남 아파트 매매가가 연평균 7%, 특히 저비용 아파트는 10% 올랐다고 했다. 베트남 아파트는 크게 초고가(Luxury), 고가(High-end), 중가(Mid-end), 저가(Affordable) 등 4개로 나뉜다.

CBRE 베트남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호찌민과 하노이 아파트 매매가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호찌민의 아파트 값은 1㎡당 1764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9%, 하노이는 1333달러로 1%가량 올랐다. 베트남은 지난해 7.0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대도시 주변에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폭발적인 부동산 성장기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이 베트남도 비슷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하며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치밀한 분석 없이 장밋빛 꿈에 빠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베트남은 2015년 8월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외국인 개인도 부동산 매입이 가능해졌지만, 개발 프로젝트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아파트 가구 수의 30%를 초과해서 외국인에게 분양할 수도 없다. 부동산 사용권도 50년까지만 인정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신규 분양 아파트를 구매한다. 올해 주택법을 또 한차례 개정해 이런 규제들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섣불리 투자하는 건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금 문제도 잘 들여다봐야 한다. 베트남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없어 대부분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양도가액의 2%를 거래세로 내야 하는 데다, 베트남 세금과는 별개로 한국에서도 양도세를 내야 한다. 가령 집을 처분하고 나서 양도세가 1000만원이 나왔고 베트남에서 100만원의 거래세를 냈다면 한국에서 나머지 9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거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코트라가 호찌민시부동산협회(HoREA)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선 중가 이하 실거주용 주택 공급이 부족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있으며, 투자 목적의 구매 수요 증가, 도심 지역 신규 아파트 개발 제한·인허가 지연 등이 베트남 부동산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