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질과학자들이 백두산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000여회 이상의 지진 활동을 기록했다가 최근 들어 갑자기 지진 발생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백두산이 다시 분화하기라도 하면 동아시아 지역 일대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백두산 지역 땅 속 불안정성의 원인 파악과 정확한 예측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국 왕립학회는 지난 29일(현지시각) 영국 밀턴케인즈에서 제4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한·영 양국 과학계가 교류하는 자리로 올해는 특별히 북한과학계도 참가해 백두산 지진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제임스 해먼드 영국 버벡대 교수가 영국 밀터케인즈에서 열린 제4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백두산 지진 활동과 관련된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김혁 북한 지진청 분과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모두 10회의 지진이 났다"며 "땅 속의 민감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땅 속의 밀도, 중력과 자기장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5년 이후 백두산 지진이 잦아들었다가 다시 지진 활동이 시작되는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이는 화산 활동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더구나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기록된 백두산 천지 부근의 지진 3000여회로 갑자기 지진이 많아진 원인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세계 지질과학자들의 우려가 높다.

현재 북한 땅 속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원인으로 나온 분석은 지하의 압력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개별 연구진이 백두산 지역을 마음대로 직접 조사할 수 없는 만큼 섣불리 단정짓기는 이르다.

영국 과학계 측 발표자로 나선 제임스 해먼드 버벡대 교수는 "2006년부터 지진 횟수가 갑자기 줄었다"면서 "하지만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진활동 이후 최근까지 백두산 지면이 최고 7센티미터(㎝) 부풀어 올랐다는 보고도 있어 분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백두산이 분화하면 뜨거운 화산재나 마그마가 천지에 고인 물과 접촉하게 되고 수증기가 급격한 속도로 다량 발생해 대규모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영국 연구진은 천지의 물이 분화에 의한 충격으로 넘쳐 산기슭을 덮칠 경우에도 큰 홍수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백두산 지하에 있는 마그마가 다시 지상으로 나오면 북한 뿐 아니라 중국, 우리나라, 일본 등 주변국 피해도 불가피하다. 지난 946년 백두산 천지에서 발생한 ‘밀레니엄 대분화’는 한반도 남쪽 지역을 1미터(m)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의 분출물을 쏟아냈다. 화산재는 일본까지 날아가 5센티미터 두께로 쌓인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화산 분출은 1000년 전 발생하는 옛 일만은 아니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에 있는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123년간 잠들어 있다가 1980년 다시 폭발했다. 이 폭발로 57명이 사망하고, 596제곱킬로미터 면적이 삼림이 황폐화됐다. 재산 피해 규모만 약 3조원이다.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4년 다시 분화했다. 다행히 2004년 분출 때는 화산 감시망 구축으로 미리 화산의 분화를 예측해 큰 재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국제 지질과학자들은 지난 2001년 수행한 공동연구프로젝트를 지속해 화산 활동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2015년 영국 과학계에 백두산 자료를 다수 제공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서 북한과 협력 연구를 했던 영국 측 관계자는 "수십년 간 북한이 쌓아 놓은 자료를 얻었다"며 "북한과학자들의 적극성이 엄청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