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첫 향수 팝업스토어 개장…국내외 '아미' 총출동
유통업계, K팝 스타와 손잡고 팬덤 정조준

30일 오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BTS 향수 팝업스토어를 찾은 팬(아미)들이 줄을 서있다.

"새벽 4시 반에 왔어요. BTS의 첫 향수니까요!"

30일 오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왕관스퀘어 일대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첫 번째 향수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임시매장)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의 개장시간은 10시 반이지만, 새벽부터 대기 줄이 만들어 졌다. 국내 팬은 물론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온 해외 팬들도 많았다. 대만인 키티(30) 씨는 새벽 4시 반에 도착해 첫 줄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그는 "한정판 세트를 구매하기 위해 일찌감치 줄을 섰다. 제이홉을 가장 좋아하지만, 7명의 향이 담긴 향수를 모두 구매할 계획"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BTS 향수를 개발해 판매한 VT코스메틱은 멤버 7명의 캐릭터를 담은 7종의 향수를 출시하고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향수 가격은 50ml에 5만8000원.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멤버들의 사진이 들어간 포토카드와 등신대 등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1인당 14개로 구매를 제한했는데, 대량 구매자들이 많았다. 상품을 담아가기 위해 장바구니를 챙겨 온 이도 있었다.

6시부터 줄을 선 중국인 텐텐(20) 씨는 "정국의 팬이지만 친구들에게 부탁받은 것까지 14개를 샀다. 너무 신난다. 앞으로도 BTS 제품에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BTS 향수 판매대 주변에 모인 팬들, 주최 측은 1인당 14개로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개장시간이 지나자 줄은 더 길어졌다. 손님이 몰리자 롯데백화점 측은 다른 구역에 대기줄을 또 만들었다. 제품도 빠르게 소진돼 오후 1시 무렵 일부 제품이 매진되기도 했다. 이날 준비된 물량은총 6000여 개로 알려진다.

한 팬은 "우리에게 이런 줄 서기는 익숙한 문화"라며 "BTS의 팬 ‘아미’로서 BTS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질서를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불황에도 K팝 팬들의 지갑은 닫힐 줄 모른다. 팬덤은 단순한 아이돌 팬을 넘어 취향 공동체로 사회, 문화, 소비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전 세계에 팬덤 ‘아미’를 거느린 BTS의 경우 라인프렌즈, 코카콜라, 롯데면세점, 메디힐, VT코스메틱 등과 협업해 시너지를 냈다.

라인프렌즈는 멤버들과 공동 개발한 ‘BT21’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기념품)의 판매 호조로 지난해 매출이 55% 증가했고, VT코스메틱은 BTS를 모델로 기용해 협업 제품을 선보인 결과 지난해 매출이 423% 급증했다.

유통업계도 K팝 스타들의 팬심을 조준한다. 올리브영은 지난 17~19일 일본에서 열린 '케이콘 2019 재팬'에서 뷰티와 K팝을 결합한 자체 색조 화장품 브랜드 '컬러그램톡'을 출시했다. 첫 번째 아이콘으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을 발탁해 이들의 무대 메이크업을 팬들에게 공유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공략해 K뷰티 브랜드로 키울 방침"이라고 했다.

BTS 향수 팝업스토어에서 한 외국인이 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7일 본점 영플라자 지하 1층에 165㎡ 규모의 K팝 복합 문화공간 ‘팔레트’를 열었다. 스타들의 일상과 음악, 굿즈 등을 구성한 공간이다. 가수 한 팀을 선정해 해당 가수를 위한 전시공간을 한달 안팎으로 운영한다. 이 달에는 뉴이스트를 주인공으로 공간을 꾸몄다.

K팝 스타를 기용한 마케팅은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린다. 그렇다 보니 일부 기업은 팬 사인회 응모권을 주는 이벤트를 열어 사재기를 조장하기도 한다. 사인회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도 없는 물건을 대량 구매해 헐 값에 되파는 팬들도 등장했다. "사은품을 샀더니 화장품을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요즘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BTS 향수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40대 주부 김 모씨는 "워낙 굿즈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품질과 용도를 따져 산다. 나의 ‘최애(최고 애정 하는 캐릭터)’는 지민이지만, 제품이 마음에 들면 다른 멤버를 내세운 제품도 구매한다"고 했다.

BTS 멤버가 신어 화제를 모았지만, 매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운동화 브랜드도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해당 제품이 많이 노출됐지만, 팬 대부분이 여성이라 남성 제품을 구매하진 않았다"면서 "팬덤 이전에 가치를 따지는 소비자들"이라고 평했다.

VT코스메틱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프랑스 루이비통 그룹 출신의 조향사 프레데릭 뷔르텡과 공동 작업해 향수의 품질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에 출시한 협업 제품은 내부적으로 품질이 아쉽다는 의견이 있어, 제품부터 패키지, 광고까지 아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좋아할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