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이런 난리가 났는데, 정부는 대체 어디 있습니까."

현 정부의 첫 구조조정 작품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암초에 걸렸다. 이를 저지하는 핵심 축은 현 정권에 지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여당 소속 단체장이 맡고 있는 울산시다. 이 와중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등 주무 부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번 구조조정안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사실상 설득해서 만든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주무 부처들은 물론 칸 영화제 수상 소식에 대해서도 곧바로 코멘트하던 청와대조차 엄청난 사태에 왜 한마디도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29일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한국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노조의 불법 파업과 폭력 때문에 시작도 못하고 좌초할 위기에 처했는데, 정부가 이렇게 손 놓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탄식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모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기업 합병 문제 등과 관련, 국제적인 통상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어떠한 정부 입장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노동 분야 주무 부처인 고용부도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에는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현대중공업 폭력 집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용부는 "개별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장관이 직접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지방청에서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폭력 사건이 불거지기 전 울산고용노동청장이 현대중공업 노조를 방문해 불법행위는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날도 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을 면담해 불법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 대해 임금이나 근무시간은 물론, 요금이나 수수료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정부가 정작 노조의 불법행위로 국가 주력 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는데도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친(親)노조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