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거래금지 조치로 화웨이가 주춤하는 사이에 샤오미·오포·비포 3인방이 공백을 재빠르게 파고드는 형국이다. 신제품 출시 계획까지 불확실해진 화웨이는 해외시장은 물론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발등에 불이 켜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가 오는 6월 6일 중국에서 플래그십(최고급형) 스마트폰 ‘홍미 K20’과 ‘홍미 K20 프로’를 출시한다. 홍미 시리즈는 샤오미의 중저가 라인업이지만, 이번에 출시되는 K20 프로는 퀄컴의 최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55를 탑재한 홍미 최초 프리미엄 모델이다.

내장형 지문인식 기능이 탑재된 풀스크린과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내장용량에 따라 40~50만원에 불과하다. 일반형인 K20은 스냅드래곤 730이 탑재돼 K20 프로보다 저렴한 30만원 선에 책정됐다.

샤오미 플래그십(최고급형) 스마트폰 ‘홍미 K20 시리즈’가 오는 6월 6일 출시한다.

가성비의 대명사인 샤오미가 비교적 고가인 플래그십 라인업을 확대한 것은 화웨이를 겨냥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화웨이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 비중은 50%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1분기 중국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29.5%라고 밝혔다.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웨이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33.7%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2%포인트 올랐다. 2위 비보(20%)와 3위 오포(19.5%)는 박빙을 기록했고, 샤오미(11.9%), 애플(6.7%)이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만 놓고 봤을 때 화웨이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가장 잘했다"며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보인 성과가 중국 내부 소비자들에게도 각인된 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빅데이터 업체 지광빅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기준 중국에서 3000~4000위안(약 51만원~70만원) 사이에 판매되는 고가형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화웨이(11%)가 가장 높다. 반면 샤오미는 고가형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3.9%에 불과하다. 저가형인 1000위안~2000위안(약 17만원~34만원)급 판매 비중(37.9%)이 유독 높다.

미국의 제재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더 이상 탑재 못하는 화웨이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안드로이드 지원이 중단되면 화웨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구글플레이스토어, 지메일, 유튜브 등 주요 서비스를 쓸 수 없게 된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화웨이는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로 창사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연합뉴스 제공

화웨이는 자체 OS인 ‘훙멍’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공개할 예정이지만, 기존 안드로이드 및 관련 앱들과의 호환이 얼마나 가능할지 미지수다. 안드로이드에 익숙한 중국 소비자들에겐 대체재가 있는 만큼 화웨이가 외면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샤오미, 오포, 비보는 최근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며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오포는 인도에서 28일(현지 시각) ‘리노(Reno)’ 시리즈를 출시했다. 리노는 오포의 프리미엄폰으로 이날 뉴델리에서 출시 기념 행사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했다. 같은 날 비보도 인공지능(AI)과 트리플 카메라, 5000mAh급 대용량 배터리를 갖춘 스마트폰 ‘Y15’를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오포가 7%, 비보는 10%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미미한 점유율로 기타에 분류됐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로 중국을 제외한 각 지역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구글 서비스가 제한되면 화웨이를 선택했던 소비자들이 삼성전자나 오포, 비보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