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각) 대만 타이베이국제무역센터(TWTC)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회 이노벡스(InnoVex) 한국관. 한 대만 여성이 조그만 안마기 형태의 하얀 기기 앞에 얼굴을 들이대자 10여초만에 피부 나이와 타입, 취약점 등이 태블릿 화면에 나타났다. 여성은 화장한 얼굴이었고, 기기를 피부에 직접 대지도 않았지만 정확하고 자세한 분석이 가능했다.
이 기기는 삼성전자(005930)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 출신 룰루랩(lululab)이 만든 인공지능(AI) 뷰티 솔루션 '루미니(Lumini)'다. 루미니는 셀카를 찍듯 얼굴에 비추면 안면 피부의 주름·색소·침착·모공·피지·여드름 등을 분석해 적절한 화장품을 추천해준다. 룰루랩은 C랩 출신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회사다. 루미니는 앞서 CES 2019에선 바이오테크부문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룰루랩 부스에는 루미니를 체험하려는 현지 방문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룰루랩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 백화점, 피부과, 드럭스토어 등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대만 소비자들이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아, 현지 관련 기업과 거래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노벡스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컴퓨텍스(Computex)와 함께 열리는 스타트업 전시회다. 2016년에 시작해 올해 4년째를 맞았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코트라(KOTRA)의 지원을 바탕으로 4년 연속 이노벡스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이노벡스 한국관에는 10개 기업이 참여해 해외 판로 개척과 투자 유치에 나선다.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아시아 실리콘밸리(Asia Silicon Valley) 정책을 추진하며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박철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이노벡스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2300만 인구의 대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참석한 국내 스타트업 대다수는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 관장은 "컴퓨텍스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이노벡스에 참여한 한국 스타트업 또한 관련 기술을 이용한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휴대용 체지방 측정기기 'fitrus'를 선보인 원소프트다임(ONESOFTDIGM)은 이노벡스 시작 2시간여만에 대만 바이어와 미팅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fitrus는 조그만 막대를 연상시키는 기기로, 체지방·산소포화도·스트레스지수를 측정해준다. 현재 미국·유럽·일본 등 12개 국가에서 판매중이기도 하다. 원소프트다임 관계자는 "대만은 일본과 유사한 시장인 만큼 판로 개척이 수월할 듯하다"고 말했다.
가정용 청진기로 산모·유아 건강을 관리해주는 스마트사운드(SMARTSOUND), 균형감각을 기를 수 있는 기능성 운동기구를 선보인 건강한친구(Strong Friend), 자전거 휠에 부착하는 휴대용 충전기를 선보인 위드어스(WithUs&Earth), 인공지능을 활용해 증권·가상화폐 시세 뉴스를 제공하는 엠로보(M-Robo), 베트남 기업들을 상대로 매출채권 할인플랫폼을 운영중인 핀투비(Fin2B) 등이 부스를 차리고 대만에서의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코트라는 컴퓨텍스·이노벡스를 주최하는 타이트라(TAITRA·대만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함께 한국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룰루랩·원소프트다임·핀투비 등 3곳이 총상금 42만달러의 피칭콘테스트 본선에 오르기도 했다. 박 관장은 "대만은 새로운 제품과 해외 문물에 거부감이 적고, 글로벌 창업에 매우 적극적인 나라"라며 "한국 스타트업들이 대만의 선진적인 금융환경과 IT 제조업 기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