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로 관련 업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도 제약·바이오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대형 악재가 의약품 종목에 대한 투자 분위기를 흐리고 주주 피해를 키운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에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코오롱생명과학 급락에 주주들 분노

29일 오후 3시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전날보다 24.31%(6200원) 급락한 1만9300원을 기록 중이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에 대한 품목 허가 취소를 발표한 직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일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하루뒤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2017년 6월 13만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증시 불안의 여파로 10만원 밑으로 떨어지긴 했으나 올해 3월 중순까지는 8만~9만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3월 말 인보사 성분 변경 논란이 불거진 뒤로는 코오롱티슈진(950160)과 함께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수개월 만에 주가가 4분의 1 토막이 나자 코오롱생명과학 소액주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에 "주주 피해가 이렇게 극심한데 회사가 아무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투자자는 "신생 스타트업도 아니고 대기업 계열사여서 믿고 매수했는데 허가 취소라는 악재를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일부 투자자는 코오롱생명과학 거래를 하루 만에 재개한 거래소로 서운함의 화살을 돌렸다. 전날 거래소는 생명과학·티슈진 두 회사의 주식 거래를 중단했는데, 티슈진에 대해서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심사 대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한 코오롱생명과학 소액주주는 "티슈진만 거래정지를 유지한 덕분에 그 회사 투자자는 안도하고 우리만 큰 손실을 입었다"고 푸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기로 한 인보사 투여 환자들이 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반복해 터지는 사건·사고

불만의 목소리는 코오롱생명과학 주식을 직접 사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종에 주로 투자한다는 직장인 백종현(34)씨는 "제약·바이오는 가뜩이나 민감한 섹터인데 변동성을 뒤흔드는 이슈가 자꾸 발생하다보니 단타족이나 공매도 세력이 더 극성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제약·바이오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재는 최근에도 꽤 많았다. 예컨대 작년 3월에는 식약처가 네이처셀(007390)이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한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에 대해 반려 처분을 결정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 회사 주가가 급락했다. 8월에는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되면서 주가가 또 한 차례 휘청였다.

이후에는 신약 개발사들의 연구개발(R&D)비 회계 처리 방식에 관한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중소형 업체뿐 아니라 대기업인 한미약품(128940)도 지난해 4월 폐암신약 ‘올리타’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해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금융당국의 공시 고의누락 판단에 하한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성장잠재력이 큰 만큼 투자시 불확실성도 크다"며 "투자자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