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업과 기존 업계에 알아서 '상생안'을 찾아내라는 것은 사자와 양에게 손을 잡으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세계 최초 공유 버스 서비스를 선보였다가 택시 업계 반발에 막혀 서비스를 중단한 박병종(33) 콜버스랩 대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풀어야 할 문제까지 혁신 기업과 업계한테 알아서 상생안을 만들어 오라고 한다"며 "어중간한 중재자 역할만 자처하는 꼴"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답답한 일"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정부가 어정쩡하게 중재를 한다고 나서면서 괜히 각종 규제만 생겨나고 혁신 시도들을 좌절시키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들고나왔음에도 기존 업계와 갈등 해결에 실패해 끝내 사업을 접어야 했다. 박 대표는 2015년 12월 심야시간대에 택시 잡기 어려운 강남역에서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승객을 모아 태우는 세계 최초의 버스 공유 서비스 '콜버스'를 출시했다. 택시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승차 거부가 없어 하루 평균 이용객이 400명을 넘길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콜버스에 승객을 뺏긴다고 여긴 택시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개입했다. 정부는 택시 기사들을 달래려고 각종 규제를 쏟아냈다. 콜버스를 심야시간대(오후 11시~오전 4시)에 강남 지역 3개 구에서만 운행하게 하고, 차종도 13인승 이상 차량으로 제한했다. 운전자 자격도 버스·택시 면허사업자로 제한했다. 결국 지난해 5월부터 운행을 접었다. 그는 "우리 사업이 성공했다면 심야에도 택시를 못 잡아 발을 동동 구르는 손님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우리 실패 사례를 참고해 더는 혁신 기업을 좌절시키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와 택시 업계도 자신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돼 있다"며 "혁신 서비스를 살려주되 어쩔 수 없이 도태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했다.
택시 업계에선 '타다'를 비롯한 유사 택시 서비스들이 등장해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들 서비스의 전면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정부가 책임질 일을 혁신 기업들에 떠넘겨선 안 된다"며 "공산주의가 망한 것도 혁신으로 인한 이익보다 비용이 큰 경제 시스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6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면 된다는 이찬진 한글과 컴퓨터 창업자의 주장은 "창업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방식"이라고 일축했다. "혁신 생태계를 죽이자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 대표는 "서울에서 제대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려면 적어도 1000대는 필요한데, 면허 구매에만 650억원이 들어가게 된다"며 "아이디어를 무기로 시장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은 다 죽이고 자본을 갖춘 대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혁신 시도들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는 '그릇'이 큰 사회가 돼야 한다"며 "혁신 기업들이 성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거기서 나온 과실을 사회가 나눠 갖는 게 진정한 '상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