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노후화된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하면 전기료가 인상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IEA는 노후 원전 폐기를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IEA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 있는 노후 원전을 폐쇄할 경우 향후 20년간의 전력생산에서의 원전 발전 비중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선진국에서의 원전 감소가 중단되지 않으면 이는 결국 기후변화에 차질을 빚고 소비자들의 전기료 비용 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울진에 위치한 한울 원전 전경.

최근 수년간 유럽 EDF와 미국 서던컴퍼니 등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했지만 장기간 일정이 연기되고 막대한 비용으로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었다. 미국에서는 엑셀론, 서던 캘리포니아 에디슨, 엔터지 원전이 문을 닫은 상태이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IEA는 원전과 관련해 각국 정부에 이렇게 해라, 하지 말아라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원전 폐쇄 결정이 전기가격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미칠 대가에 대해 경고(heads up)를 주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원전의 수명 연장은 비용효율의 대안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오늘날의 가장 시급한 정책적 도전"이라고 했다. 원전 없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전세계 전력 생산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 비중은 1998년 36%를 차지했다. 20년이 지난 2018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도 해당 비중은 36%에 머물러 있다. IEA는 이같은 원인으로 원전 발전 감소를 꼽았다. IEA는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IEA에 따르면, 유럽 원전의 평균 연령은 35년, 미국은 39년이다. IEA는 신규 원전이 건설되지 않고, 기존 원전의 수명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2040년 미국의 전력 생산량 중 원전 비중은 현재 20%에서 8%로, 유럽연합(EU)의 경우에도 전력 생산량 중 원전 비중이 현재 25% 비중이 4%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IEA는 해당 기간 전 세계로 보면 원자력 발전량이 66% 줄며, 이를 보완하려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현재보다 5배 이상 늘려야한다고 내다봤다.

비롤 사무총장은 "원전 수명 연장은 다른 선택지보다 경제적이지만, 신재생 등 다른 발전원만큼 세금이나 보조금을 제공받지 않아 경제적으로 실행성이 없어보일 수 있다"며 "원전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와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금 및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전이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신재생에너지에 부과되는 보조금이나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비상 전력을 제공할 때 받는 보상금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FT는 "뉴욕과 일리노이 등 일부 미국 주정부는 (IEA 제안과) 유사한 원전 지원 제도를 구축했지만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며 "오하이오의 경우 '족벌주의 인사,' '기업복지'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