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잠시 가상화폐 시장으로 넘어갑니다’ (한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에 27일 게시된 글)

지난 1분기에 살아나는 듯했던 국내 주식시장이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등의 악재에 휩쓸려 다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쪼그라든 일일 거래대금 규모가 위축된 투자심리를 나타낸다. 이와 대조적으로 작년 내내 주춤했던 가상화폐시장은 최근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 매수를 멈추고 가상화폐를 사겠다는 투자자도 일부 발견된다.

조선DB

◇미·중 갈등에 얼어붙은 증시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2044.21로 마감하며 올해 1월 8일의 2025.27 이후 최저점(종가 기준)을 찍었다. 현재(28일 오후 1시)는 강보합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나 외국인의 ‘팔자’ 기조에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발목을 붙잡은 가장 큰 이슈는 미·중 무역갈등이다. 두 나라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협상 타결에 다가서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기싸움을 다시 시작한 상태다. 강재현 현대차증권(001500)연구원은 "지난달 미국의 내구재 주문이 부진했는데, 무역분쟁이 지속될 경우 미 경기는 둔화 압력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G2 다툼을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한 심리는 거래 규모 변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3조5000억원 정도다. 3조4000억원 수준이던 2017년 4월 이후 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웃돌던 2017년 말에는 일일 거래량이 10조원에 육박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관세 맞대응과 미국의 반응,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이벤트,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의 이슈가 당분간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표보다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27일 한 남성이 서울 중구 퇴계로의 가상화폐 업체 전광판을 보고 있다.

◇모처럼 활기 되찾은 가상화폐 투자자들

잔뜩 움츠린 주식시장과 달리 가상화폐는 간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038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1000만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만이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스타벅스 등 글로벌 대기업의 가상화폐시장 진출 소식이 가격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열풍은 2017년 하반기에 전국을 강타한 바 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2500만원을 넘어섰고, 우후죽순 생겨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각 분야 고급인력을 공격적으로 빨아들였다. 대표적으로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이석우 전 카카오(035720)공동대표를 대표이사로 영입했고, 전수용 전 NHN엔터테인먼트(현 NHN) 부회장은 빗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2년 전 열기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자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잠시 접고 가상화폐 상승세에 동참하겠다"는 개인투자자도 나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이날 오전 가상화폐 커뮤니티 게시판에 ‘증시에서 죽쑤고 만회하러 왔다’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