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내내 떨어졌던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7일(오후 5시 기준) 1개당 1032만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을 넘은 것은 작년 5월 10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작년 12월 기록했던 최저점(365만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올랐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비트코인 캐시·이오스 등 다른 가상화폐 가격도 올해 들어 2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27일 서울 중구 퇴계로의 한 가상 화폐 업체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038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 배경에 세계 주요 대기업의 가상화폐 관련 시장 진출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페이스북은 내년 독자적인 가상화폐를 발행할 예정이고, 스타벅스도 조만간 매장에서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받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에 가상화폐를 보관·사용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런 대기업의 움직임이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가 현실 경제·산업에 안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 전쟁도 한 이유로 꼽힌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함이 커지면서 일부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상대적으로 무역 전쟁과 무관한 가상화폐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내년 5월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보상 반감기'도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비트코인은 이용자들이 컴퓨터에서 복잡한 암호를 풀 때 그 대가로 주는 가상화폐다. 이를 채굴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년 5월이면 채굴 대가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비트코인을 설계한 사토시 나카모토가 공급량 조절을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암호는 어렵게, 보상량은 적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신규 공급되는 비트코인의 양이 줄면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