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 금융학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물론 청와대 경제수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각 금융협회장 등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오전·오후로 조를 짜서 발표를 했다. 금융 관련 민·관·정(民官政) 핵심 인사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는 흔치 않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300여명의 금융인을 운집시킨 주인공은 '글로벌금융학회'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의 금융경제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지낸 오갑수(71·사진) 전 금감원 부원장이 학회장을 맡고 있다. 오갑수 회장이 개회사를 했고,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환영사, 정성호 국회 기재위원장이 축사,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조연설을 각각 맡았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발제연설을 했다. 최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권인원 금감원 부원장의 주제연설이 시작되기 전 VIP들이 '인사'를 나누는 데만 약 2시간이 걸렸다.

평소 별다른 보고서조차 발표하지 않는 이 학회는 1년에 한두 차례 이런 자리를 갖는 것만으로도 비상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오갑수 회장은 참여정부 때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을 지낸 후 SC제일은행 부회장, KB국민은행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윤석헌 금감원장과는 서울대 경영학과 66학번 동기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작년 글로벌금융학회 행사 때 기조연설을 맡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오갑수 회장이 현 정부의 '금융 실세'라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 참석자는 "오 회장 개인 인맥을 과시하는 자리로, 워낙 힘센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인사를 하러 안 올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 자리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손경식 경총 회장 등 경제계 원로들도 눈에 띄었다.

오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은 오늘의 시대와 환경에서 요구되는 방향"이라며 "소득 주도 성장의 경제 비전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정책 집행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원 경제수석은 기조연설에서 "금융회사들이 대출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가야 경제성장과 분배 개선에 도움이 되며, 벤처투자 같은 모험자본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대통령께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