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일본 등 서구 기업들이 중국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잇따라 가세하면서 미국 정부의 대(對)화웨이 거래 중단 조치의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모바일 반도체 설계 업체인 영국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고 BBC와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ARM은 전날 내부 회람을 통해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화웨이와 계약과 기술 지원을 포함한 거래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도를 제작·공급하는 회사다. 삼성전자·애플·퀄컴 등 전 세계 스마트폰·반도체 메이커들은 ARM 설계도를 산 뒤 이를 토대로 각자 맞춤형 반도체를 개발한다. 지난해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90%가 ARM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ARM의 설계도를 들여와 화웨이 스마트폰 전용 '기린 칩'을 생산해온 화웨이로선 스마트폰 새 모델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화웨이에 스마트폰 부품과 생산 장비 등을 판매해온 일본 파나소닉도 "미국 기술이 들어간 제품의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 화웨이 및 그 계열사 68곳을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에 미국 기술 및 부품 비중이 25% 이상인 제품을 판매할 경우 미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미국 기업이 아닌 ARM과 파나소닉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ARM의 경우 반도체 디자인에 미국 기술이 사용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구글과 화웨이의 거래 중단에 따른 파장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구글스토어를 통한 앱 갱신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각국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 스마트폰의 신규 출시를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22일 영국 이동통신 업체 보다폰과 EE, 일본 KDDI와 소프트뱅크가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했고, 일본 NTT도코모는 예약 접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만의 중화텔레콤·타이완모바일 등 5개 이통사도 화웨이 스마트폰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지에서는 통신사 대리점들이 보유 중인 화웨이 스마트폰을 처리하기 위해 앞다퉈 덤핑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중국 IT 전문지 테크웹이 23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