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와 관련해 경징계 처분을 받은 한국투자증권(한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융당국의 징계 논의 일정이 늘어지면서 조직 내부의 불안감도 커져왔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털어낸 한투는 KB증권의 가세로 3파전 양상이 된 발행어음 시장에서 영업 경쟁에 다시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불확실성 해소 자체에 안도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일문 한투 사장은 지난 22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정례회의 결과가 나온 후 임직원들에게 각 사업 부문에서의 역량 제고에 더 집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증선위는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에 대한 발행어음 불법대출 혐의와 관련해 한투에 과태료 5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앞서 한투는 올해 1분기에 당기순이익 2186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자 1513억원이었던 작년 1분기보다 44.5% 증가한 수치였다.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 부문의 선전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한투에서 주가연계증권(ELS) 헤지(hedge·위험 회피)를 담당하던 김성락 전무와 김연추 차장을 미래에셋대우에 빼앗긴 후 얻은 성과여서 의미가 더 컸다.
그러나 한투는 기쁜 티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발행어음 불법대출을 이유로 한투에 일부 영업정지, 대표이사 직무정지 등의 중징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투는 "금융당국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금감원 제재심과 증선위 논의는 이후로도 5개월가량 지속됐다.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제재 수위에 관한 논의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한투는 물론 후발주자들도 당국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지 못했다"며 "(한투가) 징계 강도를 떠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 자체에 더 안심하는 듯하다"고 했다.
◇발행어음 3사 본격 경쟁
큰 걸림돌이 제거됐으나 한투 앞에 놓인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선 주식시장 상황이 연초와 달리 험악해졌다. 타결을 향해 순항하는 듯했던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가 거칠어졌고, EU(유럽연합) 의회 선거·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정치 리스크도 곳곳에 산적해 있다.
NH투자증권(005940)에 이어 KB증권까지 발행어음 사업 자격을 얻으면서 이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점도 한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들 3개 증권사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투자처를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차별화된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도 난제다. 고객은 고금리 상품을 선호하지만 역마진 위험을 따져야 하는 증권사는 무턱대고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없다.
정일문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올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3년 안에 순이익 1조원 클럽에도 가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746억원이었다. 정 사장은 "리테일 수익을 더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IB와 자기자본 운용 파트에서 분발하면 목표 숫자(1조원)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