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휴가로 미국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달러당 1200원에 육박하는 원화 환율 때문에 환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92.8원으로 마감했다. 한 달 사이 4.6%(약 52원)나 올랐다. 김씨는 "환율이 단기간에 치솟은 만큼 곧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휴가 날짜가 조금씩 다가와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휴가나 출장을 앞두고 환전을 무조건 해야 한다면 지금의 고(高)환율 국면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주요 시중은행에 노하우를 문의해봤다.

은행 지점보다는 모바일 앱이 유리

우선 환전을 할 때 수수료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파악해두면 좋다. 은행은 외화를 사고팔 때 기준이 되는 '매매 기준율'에 외화를 확보하거나 보관하는 데 드는 각종 비용인 '환전 수수료'를 붙여 소비자에게 외화를 판다. 매매 기준율은 환율 시세를 반영하는 만큼 은행 간에 큰 차이가 없다. 주요 시중은행 지점 창구에서 적용하는 환전 수수료율도 1.75% 안팎으로 비슷하다. 은행이 고시한 매매 기준율이 달러당 1150원이라면 거기에 1.75% 수수료(약 20.13원)를 붙인 1170.13원이 실제 소비자가 적용받는 환율이다.

그런데 시중은행들은 최근 모바일 앱으로 환전하면 최대 90%까지 환율 우대를 해준다. 여행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 간 모바일 앱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수료 낮추기 경쟁에 돌입한 덕이다. 환율 우대율이 90%라면 그 비율로 수수료를 깎아준다. 앞 사례의 경우 원래 1달러당 수수료 20.13원의 10%인 2.013원만 앱 환전 수수료가 된다는 뜻이다. 800달러를 환전할 때 1.75%인 수수료를 다 물면 소비자는 약 93만6100원(1170.13원×800달러)을 내야 하지만, 앱에서 90% 우대율을 적용받으면 92만1610원(1152.013원×800달러)이 든다. 1만4500원쯤 아낄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리브(Livv) 앱,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앱, 하나은행의 '하나멤버스' 앱, 신한은행의 '쏠' 앱,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 앱 등에서 달러, 엔, 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90% 환전 우대를 해준다. 은행 지점에서도 달러의 경우 계좌 보유 여부 등을 따져 30~70% 안팎의 환전 우대를 해주기 때문에 조건을 비교해 편리한 쪽을 택하면 된다.

환전한 돈 배달, 환율 우대 100%도

시중은행들의 환전 이벤트를 잘 살피는 것도 요령이다. 국민은행은 6월 말까지 '리브' 앱에 가입해 계좌를 등록하면 외화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하루 40만~150만원 한도로 환전한 외화를 원하는 장소와 날짜에 배달해준다.

NH농협은행은 6월 말까지 농협은행 소셜미디어에 환전 후기를 올린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NH멤버스포인트 1만점을 주는 이벤트를 한다. 우리은행은 환전 고객에 대해 와이파이 도시락 대여료를 최대 20% 할인해주고, 면세점 구매 금액의 30%까지 사용할 수 있는 면세점 온라인 적립금을 준다.

하나은행은 송금 서비스 '토스'와 공동 이벤트를 한다. 토스 앱에서 6월 말까지 첫 환전 때 100만원 한도 환율 우대 100%를 적용한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우대 100% 적용이 100만원 한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90% 우대를 해주는 모바일 앱과 비교하면 아낄 수 있는 돈이 최대 2000원 미만이라 주거래 은행이나 자주 쓰는 앱의 이벤트만 챙겨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공항 환전은 피하라"

은행 지점 창구에서 적용하는 환전 수수료율은 보통 1.75%이지만 이달 초 인천공항점 기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환전 수수료율은 4.15%, 하나은행은 4.2%다. 매매 기준율 1달러당 1150원을 기준으로 삼아 800달러를 환전했을 때, 은행 창구(환전 우대 0%)에선 93만6100원, 스마트폰 앱(환전 우대 90%)을 이용하면 92만1610원이 든다. 하지만 공항점(환전 우대 0%·수수료율 4.15%)에선 95만8180원이 필요하다. 창구보다 약 2만2000원, 앱보다 약 3만6000원 더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