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경제 지표 급급하지 말아야"… 겨냥 지적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3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에서 청와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각 정책 당국의 정책 수립 및 집행 방식이 저성장 장기화 국면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KDI는 이번 경제전망에서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의 조합을 확장적 기조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확장 기조’ 필요성의 주된 타깃은 한국은행이다. KDI는 "물가상승률이 0%대로 하락하고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에 상응한 정도로 충분한 확장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기준금리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는 위원들이 판단할 사안이지만,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경우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주재하고 있다.

KDI는 한은의 정책 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연 2%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관리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어떤 물가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한은은 최근의 저물가가 공공요금 억제 등에 인한 것이라면서도 공공요금 영향을 어떻게 제거한 물가지수를 산출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등의 방식으로 ‘물가’를 명확히 설명하고 일관된 통화 정책 운용 방식을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복지 예산 등 구조적 지출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KDI는 "추경 특성 및 법적 요건 등을 감안해 해당 지출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추경 예산안 세부 항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장기 계획으로 진행되고, 반복적으로 지출이 이뤄지는 사업은 추경이 아니라 본예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실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 기준에 대해 "연구자로서 갖고 있는 생각"이라며 "관리 지표일 뿐이라서 ‘그것을 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는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비율이 40%가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확장적 재정을 주문하면서 이 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KDI는 "단기적 성장률 제고를 정책 성과 평가의 지표로 인식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도 썼다. 청와대가 분기 단위 지표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태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지난 2017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저소득층에 유리하게 나오자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이 청와대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성과를 알리는 등 성과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3개월 뒤인 2018년 1분 가계동향조사 이후 저소득층 소득 지표가 악화되자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여러 차례 나서 "근로자 가구 소득은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KDI는 "단기 지표를 정책 성과 평가에 사용하면, 경제 정책 효과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단기화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경제 정책 소통 방식이 민간 부문의 의사결정까지 왜곡하게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