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이 올 들어 '디젤 쇼크'를 겪고 있다. 작년 9월부터 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로 인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판매할 차가 부족해진 것이다. 수입차에 대한 수요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6% 감소한 7만380대에 그쳤다. 수입차 1~2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모두 판매가 줄었고, 아우디·폴크스바겐은 지난달엔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이 때문에 디젤 중심으로 판매하던 수입차 업체들도 최근 가솔린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차 판매도 늘리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친환경 수입차는 일본 업체들의 하이브리드카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유럽차 업체들이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외부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카)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수입차도 이제 전기차 경쟁

올해는 수입차 업계에서 '전기차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BMW가 2014년 출시한 소형 전기차 i3 외에는 찾아볼 수 없던 전기차가 올해는 4종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닛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리프의 신형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소형 전기차인 신형 리프는 하나의 페달로 가속과 감속을 할 수 있어 운전의 피로를 덜어주는 'E-페달'이 달려 있다.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를 만든 닛산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담겨 안전성과 주행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가격은 4000만원대지만 1500만원 안팎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초중반에 살 수 있다.

BMW는 기존 i3의 주행거리(208㎞)를 248㎞까지 늘리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더 뉴 i3 120Ah'를 이달 초 출시했다. BMW의 i3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100% 풍력발전으로 얻은 에너지로 생산되고 있어, '생산부터 친환경'인 차다.

재규어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I-PACE를 올해 선보였다. 최고 출력 400마력을 내는 고성능 준중형 SUV로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전 세계 90여 개 각종 상을 휩쓴 차답게 세련된 외관뿐 아니라, 정숙함과 강력한 주행 성능을 동시에 갖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하반기 EQC를 출시한다. '중형 SUV'급으로는 국내 유일한 전기차로 최대 출력이 402마력에 이르는 고성능 차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도 신차 봇물

수입차 시장에서 PHEV 신차도 빠르게 늘고 있다. PHEV는 외부 전기 충전을 통해 전기 모터로 일정 거리를 달리고, 전기가 없을 땐 휘발유로 달리는 차다. 짧은 출퇴근 거리는 전기 충전으로만 다니다가 장거리에만 휘발유를 쓰는 식이다. 필요할 땐 모터와 엔진을 동시에 구동시켜 출력을 높일 수도 있다. 현대차나 일본 업체들의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끌자 유럽 업체들도 PHEV를 국내에 본격 출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PHEV를 판매 중인 업체는 벤츠·BMW·볼보 정도다. 지난 13일 "20년 후부터 순수 내연기관차는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C클래스 세단의 PHEV 모델인 '더 뉴 C350e'를 출시했다. C클래스 SUV인 GLC 350e에 이은 두 번째 PHEV로 벤츠의 각종 첨단 기술이 탑재돼 있다. 자동차 거래 앱 직카에 따르면, 이 차의 출시 가격은 6400만원이지만 이달 700만원의 할인이 진행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E클래스 기반의 E300e도 출시된다.

BMW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전략적으로 늘리고 있다. 하반기에 뉴 5시리즈의 PHEV 모델(530e i퍼포먼스)과 뉴 7시리즈의 PHEV 모델(뉴 745e, 뉴 745Le, 뉴 745Le xDrive)을 내놓는다. 7시리즈와 5시리즈의 PHEV 최고 시스템 출력은 각각 394마력, 252마력으로 전기모터만으로 가능한 주행거리는 둘 다 유럽 인증 기준으로 50㎞대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는 30㎞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올해부터는 순수 내연기관차를 신차로 출시하지 않기로 하는 등 '탈내연차'의 선두에 서 있다. 국내에서는 준중형·준대형 SUV인 XC60, XC90 등의 PHEV 라인업인 'T8'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20일에는 대형 세단인 S90 T8 AWD 엑설런스를 출시했다. 볼보의 모든 PHEV는 수퍼 터보차저 2.0L 드라이브-E 가솔린 엔진 동력이 앞바퀴를 구동하고, 약 80마력의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구동하는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최고 출력 405마력을 구현한다. 이번에 출시된 S90 T8에는 뒷좌석 접이식 테이블과 4.5인치 터치스크린, 전 좌석 마사지 시트,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다. XC90 T8 AWD 엑설런스는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24㎞, XC60 T8 AWD는 최대 26㎞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