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강국' 자리를 두고 경쟁해오던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해운 3사의 컨테이너 부문을 합치면서 규모를 키웠을 뿐 아니라 출범 1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현대상선은 올해 안에 분기 흑자라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의 해운업계가 엇갈린 길을 걷게 된 것은 해운 불황이 절정에 달했던 2016년부터다. 당시 한국은 세계 7위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결정했고, 일본은 세계 11‧12‧15위였던 자국 3사의 컨테이너 부문을 합치기로 했다.
글로벌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일본 컨테이너 합병 법인 ONE(Ocean Network Express)은 154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세계 6위, 현대상선은 42만TEU로 세계 9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 ONE은 현대상선의 3배 규모다. 현대상선이 2020년 초대형 선박 20척을 확보하더라도 따라잡긴 역부족이다. 전혀 달랐던 두 나라의 해운 불황 대처법이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 경쟁력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ONE, 출범 2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 자신…"항로 조정 끝냈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일본 컨테이너 합병 법인인 ONE은 2019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연간 순이익 8500만달러(1000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ONE은 출범 첫 해인 2018년 회계연도에 연간 5억8600만달러(7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지만, 1년 만에 흑자 전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매출도 127억2300만달러(15조1800억원)로 전년 대비 1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ONE은 지난해 손실을 입게 된 원인으로 예약사이트 오류 발생, 북‧남미 항로 운임 하락, 컨테이너 반납 연체료 발생 등을 꼽았다. NYK, MOL, K라인 등 전혀 다른 회사들이 각자 별도 노선을 운영하고 있던 만큼 선대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 첫 해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다.
ONE은 소석률(화물 적재율) 개선 추이와 항로 조정 등 네트워크 최적화 등을 근거로 실적 개선 전망을 내놓았다. ONE은 올해 소석률이 아시아발 북미행 노선에서 상반기 82%에서 하반기 92%로 늘고, 아시아발 유럽행 노선에서도 82%에서 9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 현대상선, 여전한 고비용구조로 적자
현대상선은 지난해 연간 적자 5586억원을 기록했다. ONE과 손실 규모는 비슷하지만, 적자 원인은 다르다. ONE은 3사 합병 법인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초기 통합 비용이 손실로 이어졌지만, 현대상선은 고비용구조가 해소되지 않아 발생한 손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적자 원인으로 꼽은 유류비 상승과 운임 하락은 전 세계 모든 선사에 해당된다.
용선료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2016년 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율협약 체결 조건이었던 용선료 조정을 진행했다. 당시 향후 3년 6개월 동안 지급 예정이었던 용선료 2조5000억원 가운데 4400억원을 출자전환해 신주로 지급하고, 491억원은 용선기간 연장 및 용선 일시 중단으로 조정했다. 나머지 2조원 가량을 연 3% 금리 장기채권으로 2022~2024년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2016년부터 3년 동안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으로 통해 조달한 금액은 4조2861억원이다. 조달 자금의 24.7%(1조597억원)가 용선료로 지급됐다. 같은 기간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8587억원)보다 용선료가 2000억원 가량 많다. 아무리 많은 물량을 처리해도 용선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장기채권으로 지급하기로 한 용선료 1조원 가량을 모두 지급하는 2022년 이후에나 안정적으로 흑자 전환을 내다볼 수 있다. 내년 2분기부터 인도되는 2만3000TEU급 초대형 선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가능한 이야기다. 지난 1분기 손실은 1057억원으로 2018년 1분기 손실 1701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줄었지만, 31% 가량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ONE은 규모를 확장하고 노선을 합리화하는 등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은 반면 현대상선은 매출이 늘어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2020년 2분기부터 인도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