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과 16년에 걸쳐 인연을 맺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나간 뒤 2개의 소송을 걸었으니, 악연에 가깝다. 하나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아넘긴 계약 상대방인 하나금융을 상대로 낸 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먼저 론스타와 한국의 끈질긴 인연부터 살펴보자.

◇DJ부터 MB까지, 3개 정부에 걸친 악연

미국 텍사스주의 상징인 '외로운 별'에서 이름을 따 지난 1995년 설립된 미국계 사모(私募) 펀드 론스타(LoneStar)는 외환위기 직후 국내에 진출했다.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현 강남파이낸스센터), 극동건설 등 부실 자산과 부실 채권을 헐값에 주워 담은 뒤 되팔아 수익을 올렸다.

론스타의 국내 투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숱한 문제를 낳았던 것이 2003년 1조3800억원에 인수한 외환은행이다. 당시에도 김대중 정부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방조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인수 3년 만인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팔겠다고 나서자, 투기 자본의 먹튀 논란에 불이 붙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정부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려고 은행 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헐값을 받고 넘겼다"며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외환은행장 등 2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외환은행-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외환카드 감자(減資)설을 퍼트려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린 의혹도 불거져 수사가 확대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후 매각 차익을 챙기기 위해 끊임없이 매각을 시도했다. 국민은행, 싱가포르 DBS, HSBC와 차례로 매각 문턱까지 갔다가 실패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을 완료하면서 총 4조6600억원을 챙겼다.

◇두 개의 소송, 엇갈리는 결말?

먼저 하나금융에 대한 소송은 최근 론스타의 완패로 끝났다. "하나금융이 정부 핑계를 대며 우리를 속여 외환은행을 싸게 사갔다. 우리는 속았고, 1조6000억원쯤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ICC는 "하나금융이 당신들을 속인 게 아니라, 당신들 스스로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을 걸로 믿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론스타는 첫 번째 소송에서 하나금융에 완패했지만,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하나금융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일종의 '전초전'이었고,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본게임이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2012년 말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의 방해로 외환은행을 제때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47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다. 우리나라가 제소당한 투자자-국가 소송(ISD) 청구액 중 최고액이다.

정부는 하나금융과의 소송에서 론스타 측 주장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정부에 유리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하나금융이 받은 판정문 문구에 앞으로의 ISD 소송 결과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ICC는 "론스타 스스로 가격을 깎지 않으면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기 때문에, 하나금융이 '정부 압력 때문에 가격 인하를 하지 않으면 매각 성사가 어렵다'고 협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뒤집어 말하면 사실상 '정부 측 (가격 인하) 압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 해석에 따를 경우 ICC와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진 ISD 재판부 역시 정부 압력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결할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 완승 판정이 정부에 되레 불리한 결론이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한 셈이다.

◇론스타 "우리는 적대적 국민 감정의 희생양" 주장

한국 정부에 소송을 낸 론스타의 입장은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보낸 23쪽 분량의 중재의향서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자신을 '정부에 핍박받은 외국 투자자'로 표현하는 론스타의 핵심 주장은 "외환은행을 6조원 이상에 팔 기회도 있었지만 금융위원회, 검찰 등 한국 정부가 국민 여론을 달래려고 방해하는 바람에 3조9000억원에 매각해야 했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아무도 외환은행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때 론스타가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러' 왔는데도, 이익을 얻는 상황이 되자 적대적인 대중의 표적이 됐다. 우리를 보고 '먹튀(meoktwi·먹고 튄다는 것의 준말)'라고 비난했다"며 중재의향서에 적었다. 또한 론스타는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를 타진하던 2008년 당국에서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거나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을 꼬투리 잡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에 2010년 11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을 때도 금융위가 제때 승인을 해주지 않아 시간에 쫓기게 됐고 매각 가격을 깎아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론스타는 국세청이 8000억원가량을 부당하게 과세했다고도 주장한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세워 국내에 투자했는데, 벨기에와 한국 간 조세 조약에 따라 세금이 면제된다는 것이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ICSID·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ICSID는 세계은행 산하에 있으며, ICSID에 가입한 국가와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재를 담당한다. ICSID에 가입한 나라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을 한다.

☞국제상공회의소(ICC·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는 세계 최대 민간 국제중재기관으로 산하에 국제중재재판소를 두고 있어 기업 간 분쟁이 일어났을 때 판정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