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 시각) 오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앞 도로에서 닛산 전기차 리프 한 대가 버스 전용차로로 달리고 있었다. 신호등 앞에 멈춘 이 차를 보고도 뒤따라 오는 버스는 경적을 울리지 않았고, 인근에 있던 경찰도 단속하지 않았다. 경찰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전기차는 버스 전용차로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규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외곽 주유소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충전소 모습.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전기차 100%, 탄소 배출량 제로(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슬로를 구석구석 살펴보니 '전기차 천국'이었다. 오슬로 중앙역 앞에 있던 택시 23대 중 20대는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였고, 오슬로 공항 지상 3층 주차장의 절반은 전기차 충전기가 완비된 전용 주차 구역이었다. 우니 베르게 노르웨이전기차협회 사무국장은 "노르웨이 정부는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내연기관차를 구매하는 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도록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올해 1~4월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은 46.4%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파격적 인센티브에 전기차 구매 폭발

노르웨이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연기관 차량이 차별을 당한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전기차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1990년부터 전기차를 구매할 때는 차량 구매 시 내야 하는 각종 세금을 아예 받지 않고 있다. 베르게 국장은 "노르웨이에서 자동차를 사려면 구매세, 부가가치세 등을 합해 세금으로만 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추가로 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전기차는 면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노르웨이에서 팔린 차량 1만8375대 중 1만732대가 전기차로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7월 노르웨이에 출시된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은 2주 만에 판매량 7000여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오슬로 도심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오슬로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4㎞ 떨어진 폴크스바겐 매장에 들러 차량 판매 가격을 문의해봤다. 매장 직원 군나르 에릭센씨는 일반 골프 차량과 전기차 e-골프 차량 가격을 알려줬다. 그는 "차량 가격은 전기차가 훨씬 비싸지만 세금 혜택을 받으면 전기차가 더 싸진다"고 말했다. 차량 가격이 18만624크로네(약 2460만원)인 골프는 이산화탄소 배출세 3만1827크로네, 질소산화물 배출세 2263크로네, 무게세(차량 무게에 따른 세금) 2만1526크로네, 부가가치세 25% 등 각종 세금을 합해 총 29만8300크로네(약 4070만원)를 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반면 e-골프는 차량 가격이 25만9800크로네인데 등록세만 붙어서 26만2300크로네(약 3580만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보조금을 받더라도 전기차 가격이 1000만원가량 비싸다.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는 1996~2018년 통행 요금을 면제받았고, 올해부터는 통행료를 50% 이상 할인 받고 있다. 일반 승용차는 도심 진입 때마다 50크로네(약 6800원)를 내야 한다. 또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전기차는 공영 주차장을 무료(지난해부터는 최소 50% 할인)로 이용했다.

◇인구 530만의 富國, 전기차 확산에 도움

노르웨이 정부가 전기차에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석유·천연가스를 보유한 자원 부국(富國)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세계에서 12번째로 많은 333억달러(약 39조8000억원)어치 원유를 수출했다. 인구가 530만명에 불과한데 노르웨이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8만1695달러(약 9720만원)로 세계 4위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잘 갖춰져 오슬로 도심 곳곳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오슬로 국립박물관 앞 도로 충전기에서 테슬라 모델3를 충전하던 그래픽 디자이너 그로넹 닐슨(37)씨는 "대형 주차장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충전 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1만1345개가 설치돼 있다. 차량 1800대가 동시에 고속 충전이 가능하고 2025년에는 8000대 동시 충전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2023년까지 전기 택시를 위한 무선 충전 시설도 설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