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운동화 하나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주인공은 나이키가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사카이와 협업한 한정판 운동화다. 나이키는 이 신발을 7000족 발매하면서, 당첨된 사람에게만 신발 살 기회를 주는 추첨 판매를 진행했다.

운동화의 가격은 15만9000원~17만9000원. 추첨판매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발표한 오후 2시까지, 나이키는 4시간 만에 약 11억8300만원을 벌었다. 홍보 효과도 덤으로 얻었다. ‘나이키 사카이’는 온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만큼 화제를 모았다.

신세계백화점에 지난해 12월 분더샵 청담점에서 단독 판매한 ‘나이키x피어오브갓’ 운동화.

주택청약을 방불케 하는 운동화 광풍에 유통업계도 ‘운동화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월 스케쳐스 딜라이트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협업 운동화를 단독 판매했다. 10~20대 소비자들에 ‘덕후용 운동화’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다. 당시 신세계는 11개 점포에서 총 2700족을 팔았는데, 백화점 밖에 철야 대기 줄을 세울 만큼 인기를 끌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자체 편집숍 분더샵의 ‘나이키랩’에서 나이키와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협업 운동화를, 올해 2월에는 나이키와 오프화이트가 협업한 한정판 운동화를 단독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17일에는 강남점 8층에 어글리 슈즈로 10~20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휠라와 함께 ‘휠라 뮤제오: 리플레이 1911’ 전시를 개막했다. 이탈리아 비엘라 휠라 박물관에 보관된 신발과 의류 등을 가져와 휠라 브랜드 100년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로,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 순회전을 돈다. 전시와 함께 한정판 어글리 슈즈 론칭, 1+1 판매 행사 등 관람객 참여형 이벤트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이 분당점 롯데탑스 매장에 구성한 신발 전문 편집숍 ‘에디뜨’.

신세계백화점 패션담당 박순민 상무는 "10~20대를 중심으로 남다른 것을 선호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한정판 협업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트렌디한 제품에 민감한 고객들을 위해 한정판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3일 분당점 1층 롯데탑스 매장에 운동화 편집숍 ‘에디뜨’을 개점했다. 트렌디한 상품을 두 달간 한시적으로 선보이는 매장으로, 백화점 바이어가 직접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을 직매입해 운영한다.

‘에디뜨’는 발렌시아가 ‘트리플S’, 발렌티노 ‘바운스’, 스텔라매카트니의 ‘오버솔 스니커즈’ 등 ‘뜨는’ 명품 운동화를 정상가보다 5~30%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8평 규모의 작은 매장이지만 일 평균 400명 이상이 방문할 만큼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1월 명동점에서 오프화이트와 컨버스의 협업 운동화를 단독 출시해 백화점 밖까지 대기 줄을 세운 바 있다.

17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개막한 ‘휠라 뮤제오’ 전시, 이 전시에서는 최근 인기 끄는 휠라 어글리 슈즈의 원형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부천 중동점 나이키 매장에서 ‘조던 11 콩코드’ 운동화의 추첨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150장을 선착순 배부해 40명에게 구매권을 줬는데, 매장 오픈과 동시에 200명이 몰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홈쇼핑도 운동화가 대세다. CJ오쇼핑은 홈쇼핑 최초로 VW베라왕의 어글리 슈즈를 선보였다. 지난해 9월 론칭한 '베라에디션 뉴어크'는 28억원어치를 팔았고, 올해 출시된 ‘뉴어크 라이트’도 3회 방송 동안 주문금액 34억원을 기록했다. 셀렙샵이 지난달 출시한 스티브매든 ‘마일즈 스니커즈’도 첫 방송에서 목표 매출의 400% 이상을 달성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마일드 스니커즈’는 원래 10~20에 인기 있는 제품이지만, 우리 방송에서는 40대 구매자가 40%를 차지할 만큼 중년층에게 반응이 좋았다"면서 "경쟁이 치열한 만큼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