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경색, ILO(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 미국 통상압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 수장들이 국내·외를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외 악재로 고전하는 재계를 대표해 민간 경제외교관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올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B20 서밋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이 일본측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대신(장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19일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올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B20 서밋(G20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민간 경제계 회의)에 참석,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 등 일본측 인사를 만났다. 한국 대법원의 한국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얼어붙은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전경련 수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도 B20 서밋을 찾았다.

허 회장은 "한일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민간차원 협력을 계속 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올해 한일 재계회의도 11월 14일과 15일 도쿄에서 개최하기로 일정을 확정했다. 한일 재계회의는 당초 올 5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한일 관계를 고려해 연기됐다.

손경식 회장은 이달 15일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단(21개 회원국 대사 및 부대사)을 초청해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경총 회장단에서는 백우석 OCI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참석했다. 주한 EU 대사단에 한국의 경제, 노동시장 현황을 설명하고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손 회장은 산별노조 체제인 유럽과 달리 한국은 기업별 노조 중심 체제라는 노사관계 특수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와 제도·관행 개선 없이 (노동계 주장처럼)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게 된다면 기업들의 노사관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오른쪽)이 이달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주 회장은 이달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을 만나 미국의 수입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대통령 직권으로 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할 수 있는 무역 제재 조치) 적용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철강 232조 쿼터가 양국 교역을 저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쿼터가 기간별, 품목별로 상당히 경직적으로 운영돼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 "대미국 투자 기업들이 원자재 및 중간재 수입과 한국인 비자 발급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투자, 비자, 수입 세가지는 상호 연결돼 있으므로 미국이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로스 상무장관은 당초 예정된 면담시간(30분)을 한시간으로 늘렸고, "삼성, SK, 현대차 등 한국 대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경의를 표한다. 한국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무역협회가 전달해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경제단체 수장들이 나서지 않으면 대기업들이 대외 악재에 목소리를 내고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고군분투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