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갈이로 인해 먹이활동을 하지 못하는 펭귄의 생존 비밀이 풀렸다. 특정 장내 박테리아가 깃갈이 기간에 늘어나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지방 축적을 도와 체온 유지 등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깃갈이 중인 젠투펭귄의 모습.

극지연구소는 깃갈이로 단식 중인 남극펭귄의 분변을 관찰해 펭귄의 몸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찾아냈다고 17일 밝혔다.

펭귄은 매년 번식을 마치고 겨울이 오기 전 2~3주 가량 깃갈이를 한다. 이 기간에는 물 속에서 헤엄을 칠 수 없어 육지에서만 생활하고 자발적으로 먹이 활동을 중단한다.

남극에서 먹이 활동은 곧 체온 유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그동안 펭귄이 깃갈이 기간에 먹이활동 없이도 어떻게 생존하는 지 의문이었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세종과학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km 떨어진 펭귄마을인 남극특별보호구역 171번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수십 마리의 분변을 채취했다.

이 분변에서 균을 배양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펭귄의 장 내에는 ‘푸소 박테리아(Fusobacteria)’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균은 지방산을 생산해 펭귄의 면역력을 높이고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단식 전과 비교할 때 펭귄의 장내에서 미생물 종(種) 변화가 일어났다. 생존에 필요한 푸소 박테리아의 수가 증가했고, 이전과 다른 균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젠투펭귄에서 다양한 미생물이 증식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호주에 사는 쇠푸른펭귄과 사우스조지아섬의 임금펭귄을 대상으로 유사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지만, 남극펭귄의 분변을 정밀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내 미생물 변화는 남극의 혹한 환경에서 단식에 따른 생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적응 결과로 추정된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이자 제1저자인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극지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남극 생물들의 생존 전략을 밝히고 기후 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5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