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로봇 아틀라스가 자율차 기술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좁은 블록 위를 걸어가고 있다.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미 플로리다대의 IHMC로보틱스 연구소는 지난 10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가 좁은 판자나 돌다리를 혼자서 건너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IHMC로보틱스는 이날 아틀라스가 폭 10㎝의 나무판자 위를 걸어가고, 바닥에 불규칙하게 놓인 콘크리트 블록을 하나씩 밟으며 2m 떨어진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155㎏에 이르는 육중한 몸집에도 큰 흔들림 없이 장애물을 지나갔다.

두 다리로 걷는 로봇은 좁은 공간을 지나가는 동작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로봇이 몸통 폭보다 좁은 곳을 지나기 위해 양다리를 서로 교차하면서 전진해야 한다. 이러면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돼 균형을 잡기 어렵다. 기존 로봇들은 바닥에 한 발을 내디딘 뒤 몸이 한쪽으로 쏠리면 반대 방향으로 힘을 줘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좁은 곳에서는 이런 식으로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쓰러지기 쉬웠다.

연구진은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시각 센서 기술인 '라이다(LIDAR)'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라이다는 주변에 레이저를 발사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장애물과의 거리를 계산하고 주변 환경을 3차원 지도로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아틀라스는 머리에 있는 라이다 장치에서 레이저 빔을 쏘아 바닥의 지형을 수시로 측정했다. 이후 AI로 라이다로 수집한 주변 지형 정보를 분석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스스로 계산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2013년 2족 보행을 하는 아틀라스를 처음 선보였다.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인명 수색이나 구조를 위한 로봇으로 개발했다. 개발 초기엔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거나 천천히 이동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짐을 들어 올리거나 경사진 지형도 이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보행 가능한 지형의 종류에 제약이 많았다.

연구진은 향후 아틀라스를 각종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제리 프랫 IHMC로보틱스 수석과학자는 "바퀴가 달린 로봇은 울퉁불퉁하거나 장애물이 있는 지형을 지나가기 어렵지만, 아틀라스와 같은 2족 보행 로봇은 어떤 지형도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