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판매량 20% 가까이 감소 ‘이중고’

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 스토어. 미국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제조해 미국에 팔고 있는 애플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속화하면서 애플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애플은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영어명 폭스콘)을 통해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중국산 제품에 아이폰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여기에 미·중간 갈등으로 중국 내에서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날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중국 시장 점유율이 더 쪼그라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스마트폰(아이폰XS 기준) 1대당 160달러(약 19만원)에 이르는 세금이 매겨질 것으로 분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같은 날 IT 전문지 더버지는 이미 지난해 9월 중국산 제품에 10% 세율을 부과할 당시부터 해당 품목에 애플의 어댑터, 충전기, 케이블, 코드, 아이폰 케이스, 아이패드 가죽커버가 포함돼 있었고, 이 품목들의 세율이 25%까지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에 애플은 환율로 인한 가격 인상분만큼은 내려줌으로써 중국과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수요를 유도해 왔으나 이번 세율 인상으로 비용이 올라가게 되면 마진이 줄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산 거점을 중국에 두고 있는 것만이 악재가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 판매량이 1년 사이 약 20% 감소하며 지난해 말 기준 11.5%의 점유율을 올리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 내 스마트폰 톱3 업체인 화웨이·오포·비보 점유율은 2~8%포인트 정도 늘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괘씸죄가 돼서 소비자들이 자국 제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래픽=이민경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예상을 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중국 화웨이 내지는 삼성전자가 일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훙하이는 인도로 생산거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도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면 관세를 피할 수 있는데다 중국 대비 3배 정도 싼 인건비도 장점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훙하이는 인도 정부와 추가 투자 관련 논의를 하고 있으며 현재 12명 수준인 소프트웨어 인력을 600명 수준으로 50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다만 당장에 중국 공장 수준의 생산을 대체할 수는 없는 수준이어서 생산기지 다변화를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중국 청두(成都) 공장에서 내년쯤부터 ‘3D크로스포인트(3D Xpoint)’라는 이름의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던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도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공장 가동 시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이 ‘기술패권’인 만큼 각국은 자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어려움이 장기화하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