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국내 대기업 총수를 면담한 것은 2017년 1월 말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 회장을 만나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라면서 신 회장의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신 회장은 지난 9일 미 루이지애나주에 준공한 에탄크래커 공장에 대해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생산품에 대해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신 회장이 롯데그룹 사업 현황과 롯데뉴욕팰리스호텔 사업에 대해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투자였다"면서 "전통이 있는 훌륭한 건물이니 잘 보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양국의 관계 강화를 위한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만난 뒤 트위터에 "매우 기쁘다"는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롯데 그룹의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면서 "그들은 루이지애나에 한국 기업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인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했고 미국인들을 위한 수 천 개 이상 일자리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덧붙였다.

면담 자리에는 미국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조윤제 주미대사, 김교현 롯데화학BU장, 윤종민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 등이 함께 참석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크래커·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지은 화학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이뤄진 해외 투자 중 가장 크다.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 공장은 에틸렌을 연간 100만톤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설비를 갖췄다. 총사업비는 31억 달러로 국내 단일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로는 역대 2번째 규모다. 롯데는 지분의 88%를 투자했다.

지난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크래커·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

한편 신 회장은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을 지으며 "아, 그렇습니까"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무슨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4시15분쯤 백악관에 도착해 보안 검색을 마친 뒤 수행원과 함께 걸어서 들어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오후 4시56분쯤 백악관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