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기아자동차의 국내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신차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동급 차종에서 기아차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가 단기간에 국내 판매실적을 반전시키기도 어렵다. 세단과 SUV 차종에서 주력 모델들의 신차 교체시기가 아직 오지 않아 모델 노후화 문제가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기아차가 올 초 현지 판매용으로 선보인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차는 내수 판매 회복을 위해 텔루라이드를 국내 시장에서도 출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기아차, 지난달 판매량 전년比 16% 감소…팰리세이드·쏘나타 출시 '직격탄'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들어 4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15만746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판매량에 비해 9.8%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판매량은 25만5370대로 전년동기대비 9.6% 증가해 기아차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최근 들어 기아차의 판매 감소세는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기아차의 국내 판매량은 4만2000대로 전년동월대비 16% 감소했다. 반면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은 12% 증가한 7만1413대에 달했다.
국내 판매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은 최근 현대차가 잇따라 선보인 신차의 인기가 기아차의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지난해 말 현대차가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올들어 4개월간 2만4632대가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출고가 늦어지면서 '팰리세이드 대란(大亂)'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수요가 한정돼 있는 대형 SUV 차급임에도 불구하고 팰리세이드는 지난달 6583대가 팔려 중형 SUV인 싼타페(6759대)와 비슷한 판매량을 보였다.
팰리세이드로 수요가 몰리면서 기아차 SUV 모델들의 판매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기아차의 중형 SUV 쏘렌토는 전년동월대비 15% 감소한 4452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올들어 4개월간 판매량은 1만7852대로 25.5% 줄었다. 대형 SUV 모하비의 지난달 판매량은 159대로 전년동월대비 78.5% 급감했다.
세단 차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차가 지난 3월 출시한 신형 쏘나타는 지난달 8836대가 팔려 전년동월대비 판매량이 5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아차의 중형 세단 K5의 판매량은 3712대로 9.9% 감소했다.
◇ 모델 노후화에 '속수무책' 기아차…텔루라이드 국내 출시할듯
국내 판매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기아차 내부에서도 비상이 걸렸지만, 뾰족한 해답은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판매가 크게 감소한 주력 차량들이 내년 이후에나 새 모델로 교체되기 때문에 올해는 험난한 '신차 보릿고개'를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쏘렌토의 경우 현재 판매 중인 3세대 모델이 지난 2014년에 출시됐고 2017년에 부분변경을 거쳤다. 새로운 4세대 쏘렌토는 내년 상반기로 출시가 예정돼 있다.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 역시 2015년 4세대 모델이 나왔고 지난해 부분변경돼 신차가 나오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세단 차종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K5의 신형 모델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최근 기아차의 세단 라인업인 K시리즈가 전체적으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어 신형 K5가 올해 말로 출시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K7과 모하비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두 차량 모두 세단과 SUV 차급에서 수요가 다소 한정돼 있는 대형 모델인데다, 완전변경된 신차가 아닌 부분변경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아차의 판매실적을 눈에 띄게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의 날'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기아차가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텔루라이드를 국내에서 판매해 실적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