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뭐 시켜줄까?"
"퇴근시켜주세요"

야근을 시작하기 전 저녁식사 메뉴를 물어보는 상사에게 부하직원이 컴퓨터 화면에 큰 글씨로 ‘퇴근시켜주세요’라고 적어 대답한다. 지난 3월 31일 공개돼 두 달도 되지 않아 유튜브 조회 수 660만건을 넘기며 화제가 된 삼성생명의 ‘책임지는 인생금융(라떼는 말이야)’ 광고 한 장면이다.

제일기획(030000)이 제작한 이번 광고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달라진 시대상을 담아내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삼성생명 ‘책임지는 인생금융(라떼는 말이야)’편

광고 속 직장 풍경이 달라졌다. 긴 출퇴근시간, 과도한 업무 부담, 야근 등으로 피로에 찌든 직장인 대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퇴근 후 삶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의 등장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예전과 달라진 직장 분위기가 광고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제일기획은 올해 상반기 광고 트렌드로 ‘바뀌고 있는 직장 문화’를 꼽기도 했다.

달라진 직장 문화를 그려내는 광고 속에서 주인공은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나 인터넷 등에 능숙한 최근 20~30대를 일컫는 말이다. 향후 10년 간 가장 큰 소비 집단으로 꼽힌다. 이들은 광고 속에서 당당하게 ‘퇴근’을 외치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주체로 그려진다.

제일기획이 광고 대행을 맡은 정관장 ‘퇴근 후의 나를 위해’에도 ‘밀레니얼 세대’인 ‘막내 직원’이 퇴근 후 개인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나온다. 광고모델을 맡은 배우 박은빈은 "숟가락 들 힘도 없어"라며 지쳐 있는 선배들 사이에서 "열일하던 막내의 이름을 버리고 인싸(인사이더‧집단의 주류)의 라이프를 찾아 떠납니다"라고 외친 뒤 한강에서 달리기를 한다.

대홍기획이 제작한 롯데칠성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오매불망’편

대홍기획과 롯데칠성이 지난 2월부터 선보인 칸타타 광고에서도 주인공은 막내다. 상사 역할을 맡은 배우 이병헌이 "오늘도 매순간 불태웠으니…"라며 회식을 제안하려는 순간 검도복을 입은 배우 박정민이 나타나 "망(막)내 먼저 가보겠습니다"라고 떠난다. ‘오매불망’ 4행시를 통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요즘 직장인들을 그려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달라진 회사 풍경을 담아낸 광고도 등장했다. TBWA코리아가 광고 대행을 맡은 일동제약의 아로나민 골드 ‘주 52시간 근무시대’편은 오후 6시 정각 퇴근을 하려면 업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근무 시간은 줄었지만, 그만큼 일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을 담아냈다. 이 광고는 공개 3달 만에 조회수 98만건을 달성하며 호응을 끌고 있다.

퍼틸레인이 제작한 ‘고려은단 마시는 비타민C 1000 로켓편’은 퇴근 후에도 일해야 하는 직장인을 그려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회사는 퇴근, 카페로 다시 출근’이라는 장면 대비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에도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광고는 ‘퇴근 후 일하는 직장인을 위해 업무량도 52시간에 맞춰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달라진 사무실 환경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TBWA코리아와 퍼시스가 내놓은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듭니다. 창의성편’에서는 직장인들이 카페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복장으로 편하게 근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SK 등 일부 대기업은 기존 지정좌석제를 없애고 ‘공유 사무실’을 도입 중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직장인은 예전부터 광고 소재로 인기가 많았다"며 "자기 의견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광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