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증시는 요동쳤다. 이날 증시는 상승 출발했다가 오전 9시 30분쯤 미국과 중국의 1차 무역협상이 90분 만에 종료했다는 소식에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지수는 1%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기대감에 1% 이상 상승 전환했다가 오후 1시 이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가 발효되고 중국이 반격 의사를 드러내면서 또다시 고꾸라졌다. 그러다가 장 막판에는 중국증시가 2% 넘게 오른 영향으로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0.29%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0.22% 내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어지러운 국면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일단 10일(현지시각)까지 진행될 무역협상 진행 과정을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협상 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보복 조치와 미국의 추가 조치가 새로운 이슈로 들어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잡한 전략을 고려하면 뜬금없이 유럽, 일본으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여러 이슈가 섞여있는 상황이라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결국 진행되는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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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적을 듯…"일단 지켜보자"

20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가 발효됐지만, 당장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관보에 10일 오전 0시 1분을 기점으로 25% 관세가 발효된다고 기재돼 있지만, 부과되는 시점은 중국에서 오전 0시 1분 이후 떠나는 선박이 기준이다. 즉,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는 데 2~4주의 시간이 더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낙관하지 않으면서도 관보에 이 같은 조건이 첨부된 데 대해 "협상 여지를 최대한으로 남겨둔 것"이라며 "이 또한 협상을 위한 압박용 카드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KB증권 이은택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관세 부과 전례를 보면 관세 부과를 경고했을 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컸지, 실제 발효 이후에는 영향이 적었다"고 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2일 500억달러에 대해 관세안 서명을 했을 때 코스피지수가 9% 하락했고, 6월 18일 2000억달러 추가 관세를 예고했을 때는 8.6% 하락했다. 하지만 7~8월 실제 관세가 부과됐을 때는 보합권을 유지했다.

같은 증권사의 신동준 애널리스트도 "관세 부과에 따라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는다면 지난해말 협상이 재개됐을 때처럼 양측이 빠르게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경기 둔화 우려를 장기화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협상은 10일까지 진행되는데, 일각에서는 연장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회장은 "여론을 감안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시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일단은 이번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협상 때 '추가 조치' 나오면 최악의 시나리오

문제는 확전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번에 25% 관세가 부과되는 2000억달러 외에, 3250억달러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또한 맞불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합의와 별개로) 미국이 대중 압박 극대화를 위해 법에 따라 7월 이후 추가 관세 부과 절차를 진행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번 협상 기간 내에 3250억달러에 대한 추가 관세 일정이 발표된다면 증시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서로 협상 파트너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강대강 국면으로 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코스피지수는 2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됐을 때의 저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1800포인트, 하나금융투자는 2000포인트 아래를 제시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미국이 중국산 전 품목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다면 중국도 결사항전 식의 통상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유럽과 일본에도 무역분쟁을 일으킬 예정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될 수도 있다"고 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전망에 있어 중요한 건 중국이 어느 정도 수위로 보복 대응을 할지, 유럽·일본에 대해서도 무역분쟁을 일으킬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여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