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국내 화장품 전문점들이 점포 개편에 나섰다. 지역 맞춤형 매장을 늘리고 고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체험·큐레이션·고급화로 무장한 세포라에 대응해 소비자가 방문하고 싶어하는 ‘놀이터’ 같은 매장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국내 1위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은 상권 맞춤형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 올리브영이 들어서 있어 신규 출점 효과가 예전 같지 않자, 이미 운영 중인 점포의 효율성을 높여 점포 당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의 국내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00여개를 넘어섰다.

올리브영 명동본점 전경

올리브영이 강화하고 있는 맞춤형 매장은 상권별 주요 고객층의 성별, 연령, 수요 등을 분석한 뒤 만든 특화 매장이다. 현재 국내 10여개 매장이 상권 특화 매장이다. 대표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점은 2017년 K뷰티 인기 제품인 마스크팩 등 기초 화장품만으로 매장 1층을 구성한 뒤 매출이 22% 뛰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대입구중앙점은 1~2인 가구 비중이 높은 대학가 상권의 특성을 반영해 담요, 조명, 액자 등 집 꾸미기 소품을 구비한 매장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20~30대 학생과 직장인이 몰리는 강남본점은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꾸몄다. 색조 화장품 매출 비중이 전국 올리브영 평균(25%)을 한참 웃도는 40%라는 점을 감안해 매장 1층에 중저가부터 고가 색조 브랜드를 다양하게 입점시켰다.

매장 1층을 색조 화장품으로만 구성한 올리브영 강남본점

올리브영 관계자는 "상권 맞춤형 매장의 매출은 개편 전보다 20% 뛰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빅데이터와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많은 매장을 상권 맞춤형 매장으로 개편해 내실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자사 온라인몰에 해외 고가 화장품만 모아놓은 ‘프리미엄관’도 지난 9일 열었다. 고가 화장품으로 승부를 보는 신세계(004170)의 ‘시코르’와 오는 10월 국내 첫 매장을 여는 세포라에 맞서 중저가는 물론 고가 화장품 시장까지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자사 화장품 편집매장 아리따움을 체험 중심의 ‘아리따움 라이브’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은 다양한 화장품을 고객이 편하게 사용해볼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현재 라이브로 전환한 14개 매장은 바꾸기 전보다 매출이 10% 이상 뛰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로드숍 위기를 극복하고 하반기 세포라 진출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체험을 강화한 라이브 매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전국 1200여개 아리따움 매장을 서서히 라이브 매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한 세포라 매장 전경

세포라는 세계 1위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매장이다. 2500여개 매장을 세계 33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세포라는 세심한 화장품 선별(큐레이션)과 놀이터 같은 체험 중심 매장, 발빠른 디지털 전략으로 ‘뷰티 제국’을 건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VMH는 자회사의 개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와 외신은 세포라의 연 매출을 약 5조원(2013년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LVMH도 올해 1월 발표한 2018년도 실적 공시를 통해 "세포라는 모든 시장에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업계에서는 세포라의 진출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화장품 편집매장 시장이 이미 포화된 데다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국내 중저가 화장품을 갖춘 매장이 많아 세포라가 차별화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그 중 하나다. 유행에 민감한 K뷰티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세포라가 한국 소비자들이 직구로만 구매하던 다양한 해외 화장품 브랜드를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세포라의 주력 소비자층인 20~30대의 여성들은 이미 해외 여행, 직구 등으로 세포라를 친숙하게 느끼기 때문에 세포라라는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포라는 오는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낸다. 세포라 코리아는 파르나스몰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서울에 6개 매장(온라인몰 포함)을 열고, 2022년까지 13개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