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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약골 한국 증시에는 '검은 목요일'이 찾아왔다. 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 물량을 쏟아냈고, 코스피지수는 2100선 유지도 위태로운 상태가 됐다. 코스닥지수도 3% 가까이 주저앉았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했다. 주요 투자주체는 특히 전기전자 업종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04%(66.00포인트) 떨어진 2102.0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3% 이상 떨어진 건 4.44% 추락한 지난해 10월 11일 이후 7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서는 2097.18을 기록한 1월 15일 이후 최저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82억원, 6623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8162억원어치를 샀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각각 7795계약, 115계약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2910계약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4%(21.15포인트) 하락한 724.22에 마감했다. 작년 12월 6일(-3.24%)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도 431억원, 9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저가매수에 나선 개인만 1291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약세로 출발한 한국 증시는 장 후반부로 갈수록 낙폭을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유세 연설에 참석해 "중국이 거래를 깼다"며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게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되려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하는 강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종점을 향해 가는 듯했던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난관에 봉착하자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도 1179.8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3일 기록한 연고점(1170.0원)을 3거래일 만에 넘어선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전기전자 처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 시작 전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로칩 테크가 하반기 반도체 실적 전망을 시장 예상보다 낮게 발표한 점,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수익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한 점 등이 한국 증시의 반도체 관련주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코스피지수가 3% 넘게 떨어진 9일 한 투자자가 종가를 바라보며 통화를 하고 있다.

전기전자뿐 아니라 화학, 기계, 건설, 운송장비, 유통, 음식료품, 보험, 증권, 은행, 종이목재, 섬유의복, 전기가스, 운수창고, 비금속광물, 철강금속, 통신, 의약품 등 나머지 업종도 투자자를 실망시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무너졌다. 그나마 순매수세가 몰린 의약품 분야에서 셀트리온(06827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자존심을 지켰다. SK텔레콤(017670)도 0.38%(1000원) 상승한 26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4.07%, 5.35% 추락하며 크게 흔들렸다. 현대차(005380)LG화학(051910), 현대모비스(012330), LG생활건강(051900), NAVER(035420)등의 주가도 3% 이상 떨어졌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의 재점화 이후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위험자산 회피에 따른 원화 약세 현상은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해 신흥국 주식 투자에 불리한 환경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뿐 아니라 밸류에이션 매력과 실적 안정성까지 겸비한 필수소비재·유틸리티·통신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