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가 누구야?"

지난 3월 우리은행이 새 홍보 모델로 여성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를 뽑기로 했을 때 적지 않은 우리은행 간부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한다. 우리은행이 아이돌 그룹을 대표 모델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건 20대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다. 신한은행은 최근 배우 박보검씨를 새 홍보 모델로 기용하기로 결정했고,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라선 방탄소년단(BTS)을 홍보 모델로 앞세우고 있다. 하나은행도 2000년생 래퍼 김하온씨가 홍보 모델이다.

20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은행들이 아이돌 그룹, 청춘 배우, 래퍼 등을 홍보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우리은행의 블랙핑크 제니, KB국민은행의 방탄소년단(BTS), 신한은행의 박보검.

안정감, 신뢰를 강조해왔던 보수적인 대형 은행들이 아이돌 그룹, 래퍼, 청춘 배우 등을 대표 모델로 앞세우고 있다. 20~30대만 가입할 수 있는 전용 금융 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은행의 '젊은 고객 유치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핀테크 스타트업이나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은행이 모바일 세대인 10~30대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키우는 중이라 기존 은행들이 가만히 있다간 향후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20대만 가입하세요' 상품도 잇따라

우리은행은 '젊음'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8월부터 판매 중인 '스무살우리 적금'이다. 만 18세 이상~30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다. 금리가 최저 2.5%(1년 만기)부터 시작하며 조건에 따라 최고 1.1%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출시 후 23만명이 가입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은행이 작년 11월 선보인 '쏠편한 작심 3일 적금'도 20~30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기 웹툰 작가 '그림왕 양치기'의 만화로 상품을 홍보하고 일주일에 최대 3개 요일을 정해 적금을 붓는 독특한 형태다. 최근까지 23만명이 가입했다. KB국민은행이 작년 6월 출시했던 BTS(방탄소년단) 적금에도 지난 3월까지 27만명이 몰렸다.

e스포츠 등으로 젊은 세대에 가까이

10~20대 맞춤형 이벤트에도 적극적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부터 게임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10개 프로팀이 경쟁해 우승자를 가리는 대표적인 e스포츠로, 10~30대 사이에서 인기다. 하나은행은 20대 전용 브랜드 '영(young)하나'를 별도 운영하는데, 이 브랜드를 앞세워 작년 말 인기 '먹방'(먹는 방송) 유튜브 BJ (방송진행자) 밴쯔(BANZZ)를 초청해 토크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은행들은 20대 이하 고객 공략에 미래가 달렸다고 본다. 지점을 중심으로 한 은행 영업은 한계에 부딪힌 반면, 20대 이하는 이미 스마트폰을 활용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어서다. 기존 은행에 대해 '불편하다' '권위적이다'는 인식도 강하다. 반면 비바리퍼블리카의 송금 서비스 '토스' 같은 스타트업이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은 톡톡 튀는 금융상품을 출시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지를 키우고 있다. 토스의 경우 20대 가입자만 400만명으로 국내 20대 전체 인구의 6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