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이 감산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모두 생산 감축에 나선 셈이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부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조정에 나서고 있다. 앞서 미국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각각 5%씩 줄이겠다고 밝히며 반도체 감산 신호탄을 쏜 바 있다.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생산라인 최적화(Optimization)'라는 용어로 감산을 에둘러 표현했다. 라인 최적화는 일부 라인 공정을 개선하고 품목을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공정 개선과 조정을 위해 웨이퍼(Wafer) 투입이 중단되며 생산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SK하이닉스(000660)는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을 10%가량 줄이고 M15 신공장 본격생산(램프업) 시기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직접적인 감축 의사를 밝힌 것이다.

◇ 늘어난 메모리 재고… 삼성전자 생산량 조정 상당한 듯

양사는 올해 초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선 "감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메모리 업황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지부진하자 당초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감산 배경에는 줄어들지 않는 메모리 재고가 있다. 업계는 현재 주요 데이터센터들의 D램 재고량을 8주일치 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연초 재고량인 5~6주에서 도리어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재고가 적정 이상으로 늘어 일반적인 상황보다 더 적극적인 라인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생산량에도 영향을 끼칠 수준"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망도 후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 증가율)는 10%대 후반"이라며 "올해 2분기 휴대전화 고용량화와 서버 재고 안정화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는
연간 D램 비트그로스 전망을 10%대 중반으로 하향조정하고 수요 회복 시점도 2분기 말로 다소 늦췄다.

반도체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D램 생산량 조정이 당초 시장 예상보다 적극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사 2분기 D램 비트그로스를 10%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분기 D램 비트그로스를 10%대 중반 가량으로 발표했다. 양사 생산 예측치에 5%가량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 공장 전경.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데이터센터·스마트폰 등 주요 고객사 주문을 토대로 시장을 전망하기 때문에 수요 예측치에선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D램 생산라인 조정이 생각보다 대규모일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 인텔 공급난 해결 어렵다는데… 3분기엔 회복 가능할까

반도체업계가 제시한 시황 회복 시점은 2분기말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주요 데이터센터와 부품사에서 취합한 수치를 바탕으로, 2분기 서버 시장이 소폭 회복된 후 3분기 계단형으로 회복세가 확대된다는 구체적 확신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투자 부진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인텔(Intel) CPU(중앙처리장치) 공급난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밥 스완(Bob Swan)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공급 부족 문제가 3분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인텔이 신형 서버용 14나노(nm) CPU 케스케이드 레이크(Cascade lake) 출하를 시작했지만 데이터센터 수요에는 큰 변동이 없는 게 현실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7월로 예정된 미국 애리조나 14나노 신규 공장 본격 가동까진 공급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 인텔 10나노 신규 CPU를 기다리고 있는 데이터센터들이 구매를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