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내부에서 차기 동일인 합의 못했다"

매년 5월 초 이뤄졌던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 지정이 이달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 한진그룹이 고(故) 조양호 회장을 대신할 차기 총수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8일 "당초 오는 10일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한진이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8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아 15일로 연기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한진 측이 기존 동일인(고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내부적인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진이 관련 자료를 내기까지 일단 기다리면서 발표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했다. 공정위는 당초 지난 1일 대기업 집단 지정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0일로 한차례 미뤘었다.

당초 재계와 공정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이 고(故)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조원태 한진칼(180640)회장을 새 동일인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4일 한진칼 회장으로 선임됐다.

대한항공 본사.

한진그룹은 한진칼이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대한항공(003490), 진에어, 정석기업 등 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한진칼의 경우 고 조양호 회장 지분은 17.84%이고,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2.34%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와 별 차이가 없다. 이에 반해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 지분은 14.84%에 달한다.

공정위는 "한진이 지정일인 15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제출이 늦어질 경우 직권으로 동일인 지정 여부를 검토해,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공정거래법상 중점 감독 대상인 ‘대기업 집단’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대기업 집단은 각각 자산 5조원과 10조원을 대상으로 한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은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를 받고 비상장사 중요사항이나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을 공시해야 한다. 자산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 규제를 추가로 받아 계열사 간 상호출자·신규순환출자·채무보증 등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사와 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된다.

대기업 집단은 이른바 ‘총수’라고 불리는 동일인을 지정한다. 동일인을 지정하는 이유는 기업집단에 어느 계열사까지 포함할지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동일인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으로, 이 동일인이 바뀌면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바뀌고 그에 따라 기업집단의 범위도 변동이 생긴다. 동일인 지정은 해당 그룹이 신청하면 공정위가 주식 지분과 그룹 경영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2019년의 경우 LG(003550)(구본무), 두산(000150)(박용곤)은 그룹 총수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각각 구광모 LG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박삼구)와 코오롱(이웅열)은 동일인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