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부감사 최소 시간을 제시해 감사 보수 담합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소속 임원 및 실무자를 형사 고발한 사건이 1년여 만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7일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는 공정위의 회계사회 고발 건에 대해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불충분'을 사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려 지난달 말 양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공정거래법 위반(제26조 1항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혐의로 회계사회와 소속임원 및 실무자를 검찰 고발했다. 또 회계사회에 사업자 단체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5억원을 부과하고 중앙일간지에 위반 사실을 공표하도록 하는 시정 명령도 내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선DB
공정위는 회계사회가 제시한 아파트 외부감사 최소 시간이 감사 보수 담합을 일으켜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봤다.

앞서 정부는 2015년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해소하고자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외부감사를 의무화했다. 회계사회는 이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2015년 1월부터 최소 감사 시간 100시간을 준수하라는 내용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원사들에게 통지했다.

공정위는 회계사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영향으로 2015년 아파트 외부 회계감사 평균 보수가 2014년에 비해 120.7%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외부회계 감사 보수는 감사시간에 시간당 평균 임율을 곱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최소감사시간을 정하는 것은 가격 하한선을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지적이다.

회계사회 측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 등을 예고하며 강력 반발했다. 회계사회는 기존 아파트 감사시간이 단지 당 30시간 내외로 턱없이 부족했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요청에 따라 최저 감사시간을 도입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같은 취지로 이미 농업협동조합 170시간, 신용협동조합 100시간, 사학기관(학교법인) 130~500시간 등 최저 감사 시간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회계감사 강화로 가구 당 연간 8200원이 절감되는 효과도 발생했다고도 주장했다.

공정위 조치는 외부감사를 강화해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근절하려는 정부 정책 방향과 상충되는 면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국토부는 2013년 5월 아파트 외부감사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아파트 관리제도 개선책'을 발표했고, 아파트 감사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 2015년 11월에는 외부 감사비용이 단지당 평균 205만원으로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 측에서 자료를 추가 요청한 상태이고 항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 결정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직 장관(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전직 장관(최중경 회계사회장) 간 정면 충돌에서 전직 장관이 승기를 잡는 모양새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법인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징벌하는 '김상조 식' 제재가 무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초 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 법인 외에 담당 임원 등 실무자 개인에 대한 고발을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제기한 개인 대상 고발이 번번이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공정조사거래부는 대리점에 자동차 부품 밀어내기를 했다는 혐의로 공정위가 지난 2월 현대모비스 법인과 전임 대표이사, 부품 영업본부장 등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