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예술서적 전문 ‘아크앤북’ 인기 내년엔 뉴욕·홍콩 진출 목표 ‘젠 트리피케이션’ 철저히 차단

손창현 서울시립대 건축학 석사, 딜로이트안진 부동산 재무자문, 삼성물산 개발사업부

"오감 중 궁극의 만족을 주는 건 ‘촉각’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며 느끼는 기쁨을 전자책(이북·eBook)이 대체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전성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뭐냐"고 묻자 손창현(42) OTD코퍼레이션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특별한 경험에 대한 욕구가 강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출생자)가 소비의 축으로 떠오른 만큼, 이들이 ‘만지고 놀(그리고 사진을 찍어 공유할)’ 만한 개성 넘치는 상품만 확보할 수 있다면 오프라인 매장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다.

창업 5년 만에 OTD를 매출 12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손 대표의 성공 비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OTD는 공간혁신을 전문으로 한다. 2014년 건국대 스타시티 3층에 ‘오버 더 디쉬’를 선보이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셀렉트 다이닝(검증된 여러 레스토랑을 모아놓은 곳)’을 도입해 주목받았다. 서울 광화문 D타워의 ‘파워플랜트’와 여의도 ‘디스트릭트Y’, 스타필드 하남의 ‘마켓로거스’도 손 대표의 기획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셀렉트 다이닝이 일반적인 푸드코트와 다른 점은 인기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매장 대신 지역 기반의 개성 있는 맛집 위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맛집 편집숍’이라고 보면 된다. 단순히 맛집을 모아놓은 게 아니라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던 자투리 공간을 명소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지금은 ‘전국구 프랜차이즈’가 된 디저트 카페 ‘도레도레’와 김밥 전문점 ‘로봇김밥’도 OTD의 셀렉트 다이닝 시스템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을지로 부영빌딩 지하에 1920년대 미국풍 인테리어로 꾸민 아트북 서점 ‘아크앤북’을 열었다. 6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것이 목표였지만 두 달여 만에 달성했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올해 1월엔 서울 성수동에서 신발공장으로 쓰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복합문화공간 ‘성수연방’을 선보였다. SNS 기반으로 활동하는 살림 파워블로거 ‘띵굴마님’ 이혜선씨와 합작으로 ‘띵굴’ 편집숍 세 곳을 연달아 열기도 했다. 손 대표를 성수연방에서 인터뷰했다.

건국대 스타시티와 성수동을 비롯해 OTD가 손댄 곳 대부분이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데.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뜻깊게 생각하는 것은 매장 안에서도 활용도가 낮은 공간을 살려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색 있는 맛집 위주로 구성해 잠재력 있는 로컬 브랜드를 키운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지난해 ‘마켓로거스’ 브랜드로 스타필드와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총 13개 매장을 오픈했는데, 위치상으로 핫 플레이스와 거리가 먼 곳도 여럿 있다."

‘숨은 맛집’을 어떻게 발굴하는지 궁금하다.

"직원들과 틈틈이 ‘맛집 탐방’을 다닌다. 관련 정보를 구하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는 인스타그램이다. 페이스북보다 원하는 정보(사진)를 신속히 검색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런데 요즘 어디를 가도 맛없는 집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수준이 상향평준화됐다. 그래서 공간 구성 등 감성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익선동의 태국음식점 ‘살라댕방콕’은 방콕 현지에 온 것 같은 인테리어로 인기가 높다. 이제 ‘눈으로 먹는’ 시대다."

건축학을 공부한 것이 공간 운영에 도움이 되나.

"큰 도움이 된다. 얼마 전에는 건축학회 초청으로 교수님들 앞에서 강의도 했다. 학생들의 취업이 어렵다 보니 나처럼 특이한 창업 케이스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서울시립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손 대표는 졸업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설계사무소에서 1년 정도 근무했다. 미국에서 경험한 건축가의 이미지는 ‘부동산 개발자’에 가까웠다. 한국에 돌아온 손 대표가 부동산 개발 쪽으로 진로를 튼 것도 그 시절에 받은 영향이 컸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많이 하나. 어떤 원칙이 있는지.

"마케팅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아직 초기 단계다. 회사 차원에서 SNS를 홍보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고객이 자발적으로 우리를 추천해준다든지 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

알려진 브랜드 위주로 운영하는 것보다 관리 부담이 크지 않나.

"그런 측면이 있긴 하다. 입점 업체들에 자율권을 많이 주는 운영 방식을 연구 중이다. 지난 1년간 지속가능한 운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각 분야에서 유능한 전문가들을 충원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성수연방에서 정기적으로 포럼(성수포럼)을 여는 것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사실 수익만 따지면 포럼을 열지 않는 편이 낫다. 포럼이 열리는 베이커리 카페(천상가옥)가 워낙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포럼을 위해 그날 영업을 일찍 마치면 매출이 줄어든다. 그래도 주 참석자인 스타트업 대표들과 교류하며 사업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

새로운 상권이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면 젠트리피케이션(개발지역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주민·자영업자가 내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걱정을 늘 한다. 성수연방 입점 업체들과 10년 계약을 맺은 것도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과거 특색 있는 로컬 브랜드가 상권을 살려놓으면 어느새 대형 브랜드들이 난입해 색깔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부작용은 철저히 차단해 나갈 것이다."

OTD의 경우 입점 브랜드 오너, 매장 주인, 매장을 찾는 손님이 모두 고객이다.

"맞다. 거기에 건물주 입장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은 사업이다(웃음). OTD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담는 ‘그릇’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가 관여하는 모든 매장이 다 잘됐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입점 업체들 간에 실적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경우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나.

"뉴욕과 홍콩을 후보로 검토 중이다. 셀렉트 다이닝 사업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띵굴이라는 든든한 우군이 생겨 기쁘다. 셀렉트 다이닝과 띵굴을 합친 사업모델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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