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과 영등포역 민자역사가 이달부터 새 주인을 찾는 작업에 돌입한다. 앞서 인천터미널점 사업권을 두고 대립했던 롯데와 신세계(004170)가 다시 맞붙는다. 30여년간 서울역·영등포역사 자리를 지켜온 롯데가 수성에 나선 가운데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뺏긴 신세계가 도전장을 내면서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3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서울역과 영등포역의 상업시설을 운영할 사업자 모집 공고를 이날 낼 예정이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이르면 3일 늦어도 6일부터 사업자 모집을 시작한다"면서 "6월 초 업체들의 제안서를 받고 사전적격심사를 통해 선별된 사업자를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통해 6월 말쯤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입찰 자격을 사전에 제한하는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결국 최고 가격을 써낸 업체가 사업권을 가져갈 것이라는 게 철도시설공단 측의 설명이다.

현재 영등포역 사업자는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1987년부터 정부와 30년간 영등포역 점용 계약을 맺어 1991년부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운영 중이다. 서울역사는 한화가 사업권을 가지고 있으나 롯데마트와 롯데몰이 위탁경영을 맡고 있다.

두 사업장의 계약 기간은 당초 2017년 말로 만료됐지만, 정부는 역사에 입주한 상인들이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사용허가 기간을 올해 연말까지 연장했다. 새로 선정된 사업자는 6개월간 인수인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서울역과 영등포역사는 6000~700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알짜 점포라 사업권을 놓고 유통업계가 치열한 한판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매출은 약 5000억원으로 롯데백화점 전체 점포 가운데 상위 5위 안에 든다.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매출 1500억원의 우량 점포로 롯데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사업장이다.

여기에 임대기간을 최대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는 ‘철도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롯데, 신세계는 물론 AK플라자까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선정된 사업자는 내년 1월부터 향후 최대 20년까지 운영 권한을 갖게 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기간이 짧으면 투자비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업계 반응이 미온적이었는데 최근 임대기간이 20년으로 연장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롯데는 사업권을 지켜내기 위해 높은 가격을 써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초 인천점을 롯데에 뺏긴 신세계백화점은 영등포역사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영등포점과 이마트,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기본적인 검토는 마쳤고 공고가 나면 세부 내용을 검토해 입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 구로본점 철수로 서울 내 영업점이 사라지는 AK플라자도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AK플라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고 입찰 공고가 나온 뒤 사업성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