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빠져나가 텅 빈 사무실이 많은 건물은 불황의 상징입니다. 올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할 정도로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주요 업무지구의 대형 오피스 빌딩에서는 오히려 빈 사무실이 줄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28일 외국계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BRE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평균 12%를 넘었던 서울 대형 오피스 공실률(空室率)이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두 분기 연속 줄어들며 10%대로 내려왔습니다. 도심, 강남, 여의도 등 모든 지역에서 빈 사무실의 비율이 1~2%포인트가량 줄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실률 감소를 기업 투자 확대와 같은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급성장하는 공유 오피스가 불러온 한시적인 '착시 효과'라는 겁니다. 공유 오피스는 건물의 몇 개층 혹은 전체를 장기 임대해 개인이나 중소 규모 업체에 월 또는 연 단위로 사무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마디로 부동산(사무 공간) 재임대 사업인 것이죠. 서울에서 새로 공급된 사무실 가운데 공유 오피스가 차지하는 면적은 2016년 3.5%에서 지난해 8월 29.4%로 크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강남권을 제외하면 입주사를 찾지 못해 상당수 공간이 비어 있는 공유 오피스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공유 오피스 업체가 임대받으면서 수치상 빈 사무실 비율은 줄었지만 실상은 재임대가 안 돼 텅 빈 사무실이 많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가세한 공유 오피스 출점 경쟁이 벌어지면서 공유 오피스 공급과잉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는 올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운영 수익이 낮은 공유 오피스 업체와 지점들이 인수합병, 통폐합되는 구조조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공실률 감소는 여의도 IFC와 전경련회관 등 랜드마크 빌딩이 무상 임대 기간 등을 제공하며 임차인 모시기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년부터 여의도를 중심으로 파크원, 우정사업본부 등 대형 오피스 빌딩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공실률이 다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일부 대형 건물이 저자세 마케팅을 벌이면서 일시적으로 빈 사무실이 줄었다는 겁니다. 오피스 타운에 활력이 넘치고, 공실률 감소가 진정한 경기 활력의 신호가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