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문을 연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경남 재건축 '방배 그랑자이'의 모델하우스 앞. 올해 강남 지역 첫 분양 단지이지만 예전처럼 방문객들의 긴 대기 행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모형 앞에도 5~6명만 모여 있을 뿐 모델하우스 내부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같은 날 문을 연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디에이치 포레센트' 모델하우스 상황도 비슷했다. 디에이치 포레센트 분양 관계자는 "사전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그룹 투어를 진행하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대치동 자이갤러리에 마련된 방배경남 아파트 재건축 '방배 그랑자이' 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두 단지는 분양가격이 3.3㎡당 450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 초만 해도 강남 신규 분양은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한 분양가로 '로또'라 불렸고,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강남 불패'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9·13 대책 이후 집값 하락세, 대출·청약 규제 여파로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이라 올해 강남 마수걸이 분양 단지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배 그랑자이는 전용면적 59~84㎡ 256가구를, 디에치 포레센트는 전용 59~121㎡ 62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기준으로 방배 그랑자이가 13억~17억원대(3.3㎡당 평균 4687만원), 디에이치 포레센트는 14억~16억원대(3.3㎡당 4569만원)다. 이 단지들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1억원가량 저렴하지만, 옵션 등 부대비용과 향후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 비해서는 다소 비싸다는 평가가 많다. 모든 평형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금 동원이 가능해야 청약해 볼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이 묶여 있고 정부 규제로 강남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로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 분양한 강남 단지들도 미계약분이 나온 만큼 초기 완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방배 그랑자이는 다음 달 2일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전 무순위 청약이란 당첨 후 계약 포기 등으로 미계약되는 물량에 대비해 1순위 청약에 앞서 인터넷 추첨으로 미리 당첨자를 모집해 놓는 것이다. 청약통장이나 주택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해 '현금 부자'들이 대거 분양받을 수 있다. 미계약분을 '주워 담는다'는 의미로 '줍줍족(族)'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