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3 대책 이후 대출 규제로 자금줄이 막히자 ‘알짜’ 투자처로 꼽히던 보류지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보류지 물건 매각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보류지 매각을 앞둔 곳들도 좌불안석이 됐다.

보류지는 각 조합이 조합원 자격이나 분양에 대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분양을 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물건이다. 보류지 매각은 대부분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된다. 조합이 산정한 최저입찰가를 넘겨 입찰한 사람 중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낙찰을 받는다. 보류지 매각인 경우에는 유주택자도 입찰에 나설 수 있다.

입찰가를 잘만 적어 내면 시세보다 낮은 값에 사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조합이 대출을 알선해주지 않는 만큼 전체 매입 금액을 입찰자가 알아서 조달해야 해 현금 부자가 아니면 사실상 어렵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일대 전경.

‘길음뉴타운 롯데캐슬골든힐스’ 재건축 조합은 지난 10일 보류지 3가구 공개입찰에 나섰지만, 2가구가 유찰됐다. 길음뉴타운 롯데캐슬골든힐스의 보류지 물량은 2016년 분양 때보다 2억원 이상 올랐다. 당시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4억8060만~5억3990만원으로, 보류지 최저 매각가와 비교하면 최대 2억4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아파트 보류지 매각에서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3가구가 연이어 유찰됐었다. 래미안 개포루체하임은 2016년 6월 분양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가 373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청약 경쟁률이 평균 44대 1, 최고 81.8대 1을 기록했다. 작년 말 유찰됐을 때보다 올해 3월 매각기준가(최저입찰가)를 3억원 정도 낮췄지만 응찰자는 없었다.

앞으로 보류지 매각 일정을 앞둔 물량은 대기 중이다. 최근 ‘고덕 그라시움’ 조합은 13가구 보류지 매각에 나섰다. 입찰기간은 오는 5월 7일~15일이다. 입찰 기준가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9억7625만~10억3500만원이다. 2016년 10월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는 7억1500만~8억2800만원으로 보류지 매각가와 비교하면 2억원 정도씩 오른 가격이다.

‘휘경SK뷰’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23일 보류지 매각에 나섰다. 보류지 8가구의 최저 매각가는 전용면적 59㎡가 2015년 분양가와 비교해 1억6140만원 오른 5억3240만원, 전용면적 84㎡는 분양가보다 2억565만원 오른 6억7765만원에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보다 보류지 매각 물량의 가격이 높아지는 건 주변 인프라가 형성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청약에서도 9억원 이상은 대출이 안되다보니 9억원 이하 물량보다 경쟁률이 낮게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