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이나 항공기 운항은 물론이고 로봇·무인차와 같은 신기술에서 핵심 요소는 목표물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위치 추적 기술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에서 주로 쓰여온 기술은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위성항법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이다. 미국의 서비스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위성항법시스템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다. 하지만 위성항법시스템은 오차 범위가 꽤 크다는 한계가 있다. 위성이 쏜 전파는 지표 50㎞ 높이에 있는 전리층(마이너스 전기를 띠는 입자들이 몰려 있는 곳)을 지나는데 이때 전기를 띤 전자에 의해 전파 신호가 약해지거나 굴절된다. 이 과정에서 오차가 약 30m 정도 발생한다. 도심에서는 GPS의 전파 신호가 고층 건물에 반사되면서 오차가 커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실내 공간에서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것도 한계다. 스마트폰은 인근 무선랜(와이파이)이나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의 통신 신호 등을 활용해 GPS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잡고 있지만, GPS 오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GPS 등 위성 신호 대신 다른 신호를 이용해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기존 위성항법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LTE 신호 값 지도로 위치 측정

공승현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은 지난 16일 LTE 신호만을 이용해 30m 이내의 정확도를 갖는 스마트폰 위치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 교수팀은 2주간 대전·서울 도심 등에서 12.5m 간격으로 스마트폰 LTE 신호를 측정했다. 얻은 신호 강도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었다. 일종의 LTE 신호 지도를 만든 셈이다. 이런 지도에다가 이용자 스마트폰의 현재 LTE 신호 값을 대응해 위치를 추정했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현재 신호 값을 서버(대형 컴퓨터)로 보낸 뒤 이곳에서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 값을 찾아 위치를 특정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신기술을 대전과 서울 도심에서 시연해 평균 30m 오차 범위에서 위치를 추정하는 성능을 확인했다. 공 교수는 "현재 개발된 기술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갖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5G 통신망을 쓰면 평균 15m 내외의 측위 정확도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기지국이나 중계기 변화로 LTE 신호 환경이 바뀌었을 때 이를 자동 탐지하고 LTE 데이터베이스를 신속히 갱신하는 기술을 추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내에서는 빛을 활용

최근 승차 공유업체 쏘카가 인수한 '폴라리언트'는 빛을 이용한 실내 위치 추적 기술을 개발했다. 창업자 장혁 대표는 "2010년 한 과학잡지에서 사막개미의 길 찾기 비법에 대한 글을 읽은 게 계기가 됐다"고 했다. 사막개미의 눈이 빛을 특정 방향으로 진동시키는 편광(偏光) 필름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감지한 편광으로 집에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이름도 편광(polarized light)과 개미(ant)를 조합해 폴라리언트(Polariant)라고 지었다.

폴라리언트의 편광 감지 기술(PLS·Polarized Light Sensing)은 편광을 이용해 위치를 측정한다. 보통 빛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지만, 특정 필터를 사용하면 일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을 얻을 수 있다.

실내 조명에 편광 필름을 설치, 해당 조명의 빛 가운데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필름을 통과시킨다. 위치를 측정하고 싶은 물건에는 빛의 양을 측정하는 조도(照度) 센서를 장착하고, 그 위에 편광 필름을 설치한다. 이 조도 센서는 위에 설치된 각 편광 필름을 거친 빛의 세기를 측정, 실내 조명의 편광 필름을 통과한 빛의 세기와 비교해 3차원 위치를 알아낸다. 오차 범위는 수 ㎝에 불과하다. 장 대표는 "실내 주차장뿐 아니라 실내에서 사용하는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PS 오차를 10분의 1로 줄이는 기술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하되 오차를 줄이기 위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위성기반 위치보정시스템(SBAS·Satellite Based Augmentation System)이 대표적인 예다. SBAS는 위성의 신호가 'GPS위성→기준국→중앙처리국→정지궤도위성→수신기'의 과정을 거친다. 기준국과 중앙처리국이 GPS 오차를 줄이는 핵심 역할을 한다. 기준국이 일정 궤도를 도는 위성이 평소와 다른 신호를 보내면 오차라고 인식하고 중앙처리국은 이 오차를 계산한다. 보정한 수치는 정지궤도위성을 통해 수신기로 전달된다. 미국·유럽·일본·인도 등은 이미 SBAS를 구축했고,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SBAS사업단이 독자 SBAS를 개발 중이다. 서비스가 도입되면 위치정보의 오차가 3m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보 오차를 줄이는 기술이 차선 구분이 가능한 1m 이하까지 개선되면 무인자동차가 사람 조작 없이 도로를 달릴 수 있다고 본다.

미국 GPS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주요 국가는 독자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판 GPS'라 불리는 중국의 독자 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北斗)는 작년 말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두칠성에서 이름을 딴 베이더우는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유럽연합의 갈릴레오에 이은 세계 4번째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이다. 일본과 인도는 각각 자국 내 위치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알려주는 준텐초, IRNSS라는 이름의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