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40년간 원전(원자력발전소)을 운영해 오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 (카자흐스탄 원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의 실권자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화력발전소 대신 환경을 고려해 원전 건설을 검토중인 카자흐스탄의 사업 참여 요청에 대한 화답이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원전 불모지인 중동 UAE에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해외 지도자와 만난 자리에서 원전 세일즈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2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인도의 원전 건설 사업 참여 요청에 "기회를 달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국은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데 지난 40년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면서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적극 알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주한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없다. 오히려 MB 정부 시절 수주했던 UAE 바라카 원전을 둘러싸고 사업자간 오해와 갈등이 불거졌을 뿐이다. 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이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가는 없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국내 탈원전과 해외 원전 수출은 별개라고 강조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리가 만무하다.
바이어 입장에선 몇만원짜리 물건도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사게 마련이다. 그런데 수십조원짜리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원전을 자국에 짓지 않는 나라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의 원전 기술력이 세계 최고이지만 더 이상 시장에서 팔릴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문 대통령이 말뿐인 '원전 세일즈'를 하고 있을 때, 우리 원자력 산업의 미래인 카이스트, 서울대 등 전국 13개 대학 원자력공학도가 모여 결성된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주말마다 전국 주요 KTX역에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서명'을 받고 있다.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공동대표는 "정부가 탈원전 부작용을 어떻게 감수하고 대응해 나갈지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며 "솔직해질 자신이 없으면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상한 원전 세일즈' 방식은 국내 원자력 산업계에 일감을 가져오기는 커녕, 사기만 꺾는다. 진정성이 없는 '쇼'라는 것을 누구보다 원자력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고사위기에 놓인 우리 원자력 산업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당장 내일의 일감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원자력 산업계에 '희망고문'이 아닌 단비를 내리기 위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