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폐지 1년…창업기업에 31.9조원 공급
中企 상거래 신용지수 개발해 신용도 판별 고도화
연대보증 면제 조건으로 기업 대출을 받았는데도 갚지 못할 경우 관련 경영인에게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관련인 제도'가 개선된다. 기업을 성실히 경영하겠다는 '책임경영 이행약정'을 준수할 경우 경영인의 관련인 등록이 제한된다. 금융당국은 또 이미 관련인으로 등록된 700여명의 경영인에 대해서는 관련인 등록을 해제하는 소급 적용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24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대보증 폐지 진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관련인 정보를 개선해 기업인의 재기와 재도전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연대보증이 폐지된 이후 1년간 연대보증 없이 공급된 법인기업 신규보증은 8조3000억원 증가했다.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2조2000억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10조5000억원 공급된 것이다.
연대보증 폐지 이후 창업기업(업력 7년 이내)에 대한 보증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창업기업 지원액 역시 3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5조2000억원) 대비 27%(6조8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연대보증 없이 대출을 받은 기업이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현재까지도 과점주주이거나 기업 지분 30%가 넘는 최다출자자 등에 해당하는 경영인은 신용정보원에 관련인으로 등록되고 있다. 관련인 정보는 전 금융회사, 신용평가(CB)사에 공유돼 해당 경영인의 신용등급은 하락한다.
경영인 대부분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여러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은 치명적이다. 지난 3월 말 신보·기보에서 연대보증 면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기업은 4만6000개로, 이중 관련인으로 등록된 경영인은 727명(양 기관 중복 포함)에 달한다.
금융위는 연대보증을 면제받은 기업 경영인이 '책임경영 이행약정'을 준수할 경우 관련인으로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책임경영 이행약정이란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이용해 기업을 성실히 운영하겠다는 보증기관과의 약속이다. 약정을 성실히 지켰는데도 대출을 갚지 못한다면 관련인에 등록되지 않는다. 다만 대출금을 용도 외에 사용하거나 업무상 횡령·배임 등 약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관련인 등록은 물론 형사 고발 등의 조치가 가해진다.
이미 관련인으로 등록된 기업 중에서도 연대보증 면제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고 책임경영 이행약정을 준수한 경영인에 한해서는 관련인 등록을 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관련인 제도 개선은 오는 6월 중 신용정보원의 '일반신용정보 관리규약'의 개정과 함께 시행된다.
보증기관의 기업 선별역량과 사후관리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증시스템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먼저 신보는 2020년 상반기 중에 '기업상거래 신용지수'를 마련한다. 신보가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매입·매출 발생빈도, 지급결제 신용도 등 기업의 상거래 자료에 개별 CB사의 데이터를 융합해 지수화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상거래 신용정보 DB를 구축해 보증심사에 활용하는 한편, 민간 CB사에 데이터를 제공해 중소기업의 상거래 신용을 판별할 수 있는 기초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신보는 올해 12월 중 기업평가를 고도화하는 새로운 보증심사 제도를 도입한다. 연구개발비, 지적재산권, 기술인력 등 혁신성장 요소를 통계적으로 점수화해 보증심사에 반영하는 등 혁신 중소기업 선별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신용정보 변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동태적 사후관리 시스템'을 하반기 중에 마련하고, 지금까지 보증지원이 제한됐던 기업을 위해 자금사용의 책임성, 투명성을 높인 새로운 보증상품도 기업은행과 마련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연대보증 폐지는 단순히 인적담보의 낡은 관행을 벗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증기관의 기업 선별역량과 사후관리 능력을 높이는 보증시스템의 전면적 혁신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정부는 중소기업 여신시스템의 전면 혁신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서 보증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