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잇따라 "고객 입장에서 수수료율을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다른 금융사들도 잇따라 수수료율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도 퇴직연금 상품의 수수료율을 줄일 수 있는지 검토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과 올 2월에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퇴직연금 상품 수수료율을 최고 0.02%포인트 낮췄지만 또 다시 추가 가능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퇴직연금 수수료를 낮췄지만,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을 때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은행에 자산평가액 50억원 미만 기업이 확정급여형(DB) 상품에 퇴직금을 맡길 경우 내야 하는 운용관리 수수료율은 0.32% 수준이다. DB형 자산관리 수수료는 0.02%포인트 인하한 0.28%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퇴직연금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른 금융사들의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퇴직연금 수수료율 인하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인하 시기나 인하 폭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퇴직연금 규모나 유형에 따른 퇴직연금 수수료율 인하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는 신한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나섰다. 신한금융지주는 퇴직연금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을 그룹 사업부문제로 바꾸고, 퇴직연금 수수료도 평균 연 0.5%에서 연 0.2%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회의에서 "고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수수료 체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이제는 경쟁자가 아닌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1위 은행으로 6월에 발표되는 신한은행 수수료율에 따라 다른 은행도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한은행이 6월에 퇴직연금 조직 변화를 확정 짓고 수수료율 인하를 발표하면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수수료를 낮추는 것보단 수익률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도 지난 임원회의에서 수수료율이 적합한 지 따져보라고 해 판매보수를 안 떼가는 펀드상품을 개발했다"며 "하지만 퇴직연금은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이 관리하는 퇴직연금 규모는 80조원을 넘었다. 주로 정기예금에 투자하는 확정급여형(DB)이 50조원, 확정기여형(DC)이 30조원 수준이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가 근무 기간과 평균 임금에 의해 확정된 상품이다. 적립금의 운용성과는 회사에 귀속되고 근로자가 수령하는 퇴직급여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DC형은 매년 회사가 납입할 부담금이 연간 급여총액의 12분의 1 이상으로 확정돼 납부하고 근로자는 자기 책임하에 적립금을 운용해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상품이다.

은행들은 퇴직연금을 정기예금 등에 넣고 있지만, 매년 최소 0.3%, 최대 0.7%의 수수료를 떼고 있어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190조원의 평균 수익률은 정기예금금리의 절반 수준인 1.01%에 불과했다.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1.5%를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