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애경산업(018250)이 최근 제조사인 SK케미칼을 상대로 수억원대 소송을 냈다. 검찰이 주도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가 기업간 '책임 공방'으로 퍼진 것이다.
22일 애경산업과 법조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이달 초 SK케미칼을 상대로 7억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구상금은 타인이 부담해야 할 돈을 본인이 미리 낸 뒤 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애경산업 측은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에 라벨을 붙여 판매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 2001년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체결한 'SK-애경, 가습기메이트 판매 계약서'에는 "가습기 메이트로 인해 제3자의 생명 및 신체에 손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SK케미칼이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애경산업은 이 계약 내용을 근거로 피해자 손해 배상 책임이 자사에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애경산업에게도 적용될 경우 전‧현직 임직원이 구속될 수 있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검찰은 지난달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제품 출시와 관련한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애경산업은 안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필러물산에 하청을 줘 만들고 애경산업이 받아 판매했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살균제 성분의 인체 유해성이 의심되는데도 충분한 검증 없이 제품을 제조·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산업이 소송을 통해 책임 회피에 적극 나선 이유는 앞서 가습기 살균제를 받아 판매한 업체 대표가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초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와 이를 판매한 노병용 롯데마트 전 대표 등의 형사 판결을 확정했다. 신 전 대표는 징역 6년, 노 전 대표는 금고 3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