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신제품 개발 주도권이 제과업체에서 편의점으로 넘어가고 있다.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한 제과업체들이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는 기존 인기제품을 활용한 리뉴얼에 치중한 반면, 편의점 업계는 자체 개발한 과자 제품을 내세우며 소비자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2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과업체들은 과거 인기 제품을 조금씩 변형하거나, 단종된 제품을 다시 출시하는 방식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제과업체들이 출시한 과자 신제품 중 기존 제품을 리뉴얼한 비중도 과반을 넘겼다.
조선비즈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년간 롯데제과, 크라운해태제과, 오리온(271560)등 제과3사가 출시한 과자 신제품(스낵⋅비스킷류)을 집계한 결과 리뉴얼 등 기존 제품을 변형해 재출시한 비중은 60%를 넘었다. 세부적으로는 롯데제과가 65%, 오리온이 64%, 크라운해태제과가 60%였다.
최근 대표적인 리뉴얼 사례를 보면 해태제과는 대표적 장수 제품인 '맛동산'을 변형한 '흑당쇼콜라'를 선보였고, 오리온은 오징어땅콩을 고로케 맛으로 리뉴얼한 '고로케땅콩'과 기존 인기 제품인 '고래밥'에서 고래 대신 상어 모양의 과자를 넣은 '상어밥'을 출시했다. 롯데제과도 '마가렛트'에 고로케 맛을 넣은 '마가렛트 코로케'와 '빠다코코낫'을 볼 모양의 스낵으로 바꾼 '빠다코코낫볼'을 출시했다. 기존 인기 제품의 모양을 변형하거나 맛을 추가하는 방식이 많았다.
이처럼 제과업계가 과거 인기 제품에 열중하는 이유는 국내 식품 시장의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제과 회사들은 기존 인기 제품을 개량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신 신제품 개발에는 소홀해지는 분위기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완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인기 제품을 변형하거나 단종했던 인기 제품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 사업 안정을 꾀하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편의점 업계가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과자 신제품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GS리테일(007070)에 따르면 GS25편의점은 2016년 11개, 2017년 13개, 2018년 23개의 과자 신제품을 출시했다. 모두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과자로 2년만에 2배 이상 과자 신제품이 늘었다. BGF리테일(282330)에 따르면 CU편의점은 2019년 1분기에만 5개의 과자 신제품을 출시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금까지 30여종의 PB 스낵류를 개발했고, 이 매출이 스낵류 전체 매출 가운데 20% 정도까지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들이 PB 과자 신제품 확대가 가능한 이유로는 가격 경쟁력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이 꼽힌다. PB의 경우 별도의 판촉비가 크게 들지 않기 때문에 제과업체의 동일 제품군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아낀 비용을 제품 개발비 등으로 부담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수의 OEM 업체들로 제품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도 동시에 여러 신제품 개발과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 현재 편의점 PB 과자 OEM 업체 수는 2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과업체들이 레드마켓이 된 시장을 블루마켓으로 바꾸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힘쓰지 않고 현재의 비용 줄이기에만 급급한 것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현재의 저주'에 해당한다"며 "참신한 제품과 착한 가격을 내세운 편의점 PB 과자는 자체 유통력까지 가지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