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CEO, 현지 공영방송 인터뷰서
"중국 정부 아닌 우리의 최대 한국 고객이 배후"
삼성 "우리는 ASML 지적재산권 존중…파트너십 계속될 것"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직원들이 노광장비 주변에서 일하고 있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파운드)하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모두 ASML 장비를 활용해 칩을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소프트웨어 기술탈취 배후로 삼성전자가 거론돼 파문이 일고 있다. 2015년 유출된 문제의 소프트웨어는 ASML의 장비 설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삼성전자가 초미세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때 활용하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납품하는 곳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도 ASML 노광장비를 쓰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신 공정인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부터는 더 정교하게 회로도를 그려야 하는 만큼 EUV 장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장비는 현재 ASML만 만들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대표는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발생한 기술탈취 사건 배후에 중국 정부가 아니라 우리의 최대 한국 고객(our biggest Korean customer)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현지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레츠고디지털이 전했다.

베닝크 CEO는 ‘그 고객이 삼성전자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최대 한국 고객"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매체는 그가 구체적으로 회사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기술탈취 배후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위해 ASML의 EUV 장비 10여대를 한국 돈으로 약 6000억원에 들여온 바 있다. 이 장비를 활용해 삼성전자는 최근 5나노 공정 개발에도 성공했다.

지난달 네덜란드 현지 신문과 정치인 등을 통해 알려진 ASML의 기술탈취 사건의 배후는 당초 중국 정부로 추정됐었다. 그러나 ASML의 자체 조사 결과 이는 중국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술 탈취를 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태어난 미국인 직원들이 소프트웨어를 불법 탈취해 미국에 ‘Xtal’이라는 회사를 세웠고 해당 소프트웨어를 삼성전자에 판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실제로 2016년 삼성전자는 Xtal의 지분 30%를 인수했고, ASML로부터 관련 소프트웨어 구매를 중단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ASML과 삼성전자가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삼성은 타인의 지적재산권(IP)을 보호·존중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면서 "Xtal과의 협력으로 나온 모든 제품은 ASML의 IP를 저촉하지 않는다. ASML과의 파트너십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SML 또한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가 ASML에 악의적인 행동을 했다고 추정하거나 암시하는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삼성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