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보이' BTS, '인간 샤넬' 제니…명품, K팝 스타 효과 톡톡
"K팝 팬들 잡자" 샤넬·루이비통 한국서 첫 프로모션 진행하기도

미국 NBC 방송 ‘SNL’에서 컴백 무대를 가진 방탄소년단. 루이비통 최초의 흑인 디렉터인 버질 아블로의 첫 컬렉션 의상을 입고 ‘마이크 드롭’ 무대를 펼쳤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NBC 방송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컴백 무대를 가진 방탄소년단은 완벽한 라이브와 군무를 선보였다는 평을 얻으며 미국, 영국, 일본 차트를 석권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세련된 외모도 화제를 모았다. 이번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은 루이비통, 프라다, 아크네 등의 명품을 착용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들의 옷차림을 분석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한 유튜버는 SNL을 위한 의상비가 총 6500만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방탄소년단은 뮤직비디오와 시상식 등에서 세계적인 명품의 최신 컬렉션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빌보드 시상식에서는 구찌 컬렉션을 입고 레드카펫을 밟아 ‘구찌 보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제이백쿠튀르와 김서룡의 슈트를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아미(팬) 덕에 입기만 하면 소셜미디어를 도배하는 건 시간 문제.

세계 패션계에 K팝 스타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쇼핑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오프화이트의 체크 셔츠를 입었을 때 해당 제품의 검색량이 120% 증가했고, RM이 핑크색 아디다스 티셔츠를 입었을 땐 분홍 티셔츠 검색량이 97% 증가했다. 리스트는 소셜미디어의 부상에 따라 K팝 스타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이 앞으로도 트렌드를 계속 지배할 것이라 전망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SNL 무대를 위해 루이비통, 프라다 등 명품을 입었다.

방탄소년단은 의상을 협찬받지 않고, 무대의 콘셉트에 맞춰 직접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그저 이들에게 선택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멤버 정국이 즐겨 쓰는 제품으로 알려진 바비브라운 립밤, 다우니 섬유유연제, 휠라 어글리 슈즈 등은 별다른 홍보 없이 품절 대란을 겪었다.

높은 충성도와 전파력을 갖춘 K팝 팬들은 음반과 콘서트 외에도 스타들의 화장법과 패션 분야에서 소비력을 과시한다. 최근 급부상한 남성 메이크업 시장에 기여한 것도 한국의 보이 밴드들이었다. 한국은 세계 남성 화장품 시장의 20%를 차지하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명품업계도 K팝 스타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샤넬은 빅뱅의 지드래곤과 블랙핑크의 제니를 뮤즈로 선정해 홍보 활동을 했고, 펜디는 빅뱅의 태양과 협업 상품을 출시했다. 엑소의 카이는 구찌의 뮤즈로 패션쇼 맨 앞줄에 초대됐다.

프랑스 명품 샤넬은 미국 팝가수 퍼렐과의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파티를 서울에서 진행했다. 이 자리엔 제니, 박재범 등 K팝 스타들이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샤넬과 루이비통이 서울에서 가장 먼저 프로모션을 펼친 것도 K팝 열풍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샤넬은 미국 팝스타 퍼렐과의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행사를 서울에서 진행했다. 이 자리엔 샤넬의 뮤즈로 ‘인간 샤넬’이란 별명이 붙은 블랙핑크 제니가 무대에 올랐다. 루이비통은 한남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 세계 최초의 핸드백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열었다. 당초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이 모델로 나서 화보를 선보였지만,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인해 팝업스토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간호섭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학과 교수는 "한국의 대중 음악이 팝음악 종주국인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낸 데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컸다"라며 "엔터테인먼트와 테크놀로지가 만나 시너지를 낸 셈이다. 우리 패션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세계 패션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