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회현동 2가 '스테이트타워 남산'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박모(43)씨는 일이 바빠 점심을 거른 날엔 1층 로비에 있는 브런치 카페에서 급히 요기를 하곤 한다. 이 카페는 2만3000원짜리 팬케이크, 8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다른 곳보다 배는 비싼 메뉴를 팔고 있지만, 점심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가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월급 제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월급 많이 주는 직장, 서울 중구〉종로구〉영등포구 順

신한은행이 자사 입출금통장 거래 고객 중 직장 소재지가 서울이면서 이 통장으로 월급을 받는 74만여 명의 지난해 소득을 분석해 보니, 통장에 찍히는 월평균 급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중구(월 407만원)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그다음이 종로구(403만원), 영등포구(393만원) 순이었다. 이 3구(區)엔 금융회사나 대기업이 몰려 있다. 신한은행은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공개했다.

중구 중에도 회현동 2가(652만원), 태평로 2가(569만원), 수하동(530만원), 삼각동(528만원), 남대문로 2가(526만원) 등에 있는 직장이 특히 급여 수준이 높았다. 회현동 2가에는 2017년 기준 공공기관 연봉 1위인 KIC(한국투자공사·1억1103만원), BMW코리아 등이 있다. 5대 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 세종도 최근까지 여기 있었다. 태평로 2가에는 평균 연봉 9969만원인 한국은행, 삼성카드 등이, 수하동엔 미래에셋 본사 등이 있다.

거주지별로 어디 사는 직장인이 씀씀이가 큰가 봤더니 서초구(330만원), 강남구(326만원), 용산구(287만원) 순으로 소비가 많았다.

◇부모님 환갑에 48만원, 중학생 자녀 용돈은 7만원

부모님 생신에 용돈 30만원 드리면 적당한 걸까, 직장 동료 결혼식에 축의금 5만원을 하면 너무 적은 걸까. 직장인들의 영원한 고민인 경조사비를 남들은 얼마나 쓰는지 엿볼 수 있는 통계도 나왔다.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59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를 해 보니, 응답자들은 본인 부모님 환갑이나 칠순, 팔순 등에 평균 48만원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생신엔 20만원, 설·추석엔 19만원어치의 선물이나 용돈, 어버이날엔 16만원을 썼다. 배우자 부모님에겐 본인 부모님보다 평균 2만원을 적게 쓴다고 답했다. 배우자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엔 평균 15만원, 크리스마스엔 10만원을 지출하는 걸로 조사됐다.

자녀 용돈은 초등학교 저학년에겐 월평균 2만원, 초등 고학년이 되면 3만원으로 인상해줬다. 중학생은 7만원, 고등학생은 10만원, 대학생 자녀 용돈은 28만원을 줬다. 본인 형제·자매 결혼식엔 평균 62만원, 조카 돌잔치에는 18만원을 썼다. 딱 금 한 돈(3.75g) 가격이다.

동료의 결혼식, 동료의 부모상은 직장인 90% 이상이 "챙긴다"고 답했다. 동료 결혼 축의금으로 5만원을 낸다는 사람이 59.1%로 가장 많았는데, 호텔 결혼식이면 약 9만3000원을, 결혼식에 본인 외에 누군가를 데리고 갈 때는 10만원을 내는 경우가 많아 축의금은 평균 7만3000원꼴이었다. 동료 부모상 조의금도 평균 7만3000원이었다.

◇해외로 휴가 가면 국내보다 3배 더 써

이번 '보통사람 보고서'에 응답한 직장인 중 70%는 지난해 국내외로 휴가를 다녀왔고, 이 중 해외로 다녀온 사람이 38%였다. 국내에서 휴가를 보낸 사람은 3박 4일간 평균 59만4000원을 썼고, 해외로 간 경우는 5박 6일간 180만3000원을 써서 해외 휴가 때 지출이 3배 많았다.

직장인의 대부분(85.5%)이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쓸데없이 돈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른바 '홧김 비용'이다. 남자는 주로 음주나 게임 등에, 여자는 옷과 액세서리를 사거나 군것질, 미용실·마사지숍에 지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월평균 2.4회, 한 번에 평균 8만6000원씩 월평균 20만7000원이 홧김 비용으로 나갔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로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 변화를 살펴보니, 2017년 하반기엔 오후 5~7시 사이 퇴근한 경우가 46.9%였는데 작년 하반기엔 49.7%로 퇴근 시간이 당겨진 사람이 소폭 늘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문일호 수석은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분위기가 확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